경제·금융 정책

예산안 14조 삭감 외치더니...총선 의식해 되레 "51조 늘려달라"

■12월 2일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쟁점' 분석

총선 앞두고 너도나도 증액 요구...감액의 100배 달해

공익형 직불제 제도 개편·SOC 예산 등 줄줄이 늘어

국회 파행 법정시한 넘길듯...'깜깜이·졸속 심사' 반복




국회가 내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 내 소(小)소위 구성을 두고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올해도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가 제출한 513조5,000억원의 초슈퍼예산에 대해 ‘14조5,000억원’을 과감히 삭감하겠다는 야당의 호언과는 달리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에서 감액 규모는 5,000억원에 그치고 증액 요구는 100배에 달하는 51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년 논란이 된 ‘깜깜이 심사’, ‘졸속 심사’는 이번에도 반복될 전망이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7일 앞둔 25일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부 중복을 감안해도 개별 의원들의 요구를 모두 합하면 국회에서 증액을 요청한 규모는 총 51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관례적으로 예결위나 상임위에서 구두질의나 서면질의로 증액 필요성을 제기한 뒤 예결위 소위에서 논의를 하게 되는데 올해의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사상 최대로 알려졌다.

우선 국회 17개 상임위 중 12개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10조5,950억원 가량이 증액됐다. 대표적으로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형 직불제 제도개편 예산이 3조원으로 8,000억원 늘어났고, 고속도로·국도 건설에 7,312억원을 늘리는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 폭은 2조3,000억원에 이른다. 더불어 정부안에서 10조원을 확대한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는 기초생활수급자 부양 의무자 기준을 폐지 등 의원들의 추가 증액 요구가 15조원이나 됐다.


반면 지난 22일 1차 감액 심사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규모는 5,000억원에 불과하다. 청년구직활동 지원, 취업성공 패키지 지원,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등의 사업에 대해 여야 이견으로 줄줄이 보류됐기 때문이다. 뒤로 미뤄진 보류 안건은 여야간사 등이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주로 논의된다. 소소위는 속기록이 남지 않아 ‘깜깜이 심사’뿐 아니라 지역구 예산 증액 등 민원이 담긴 쪽지를 예산소위 위원들에게 전달해 반영하는 ‘쪽지 예산’으로 번번이 논란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소위에서는 속기록으로 남고 누가 깎았는지 알기 때문에 대부분 보류하고 소소위에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15~2019년 예산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평균 증액은 4억원, 감액은 4조7,000억원으로 순수정액은 7,000억원 정부 안보다 감소했다. 정부 제출 안보다 늘어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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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됐던 해인 지난 2014년을 제외하고 2015년12월3일, 2016년12월3일, 2017년12월6일, 2018년12월8일 등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킨 역사가 없다. 소소위 구성을 놓고 냉각기가 길어지면 결국 이번에도 졸속 심사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달 말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달 2일 자동부의 되긴 하더라도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까지 맞물려 있어 본회의 의결까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산안에 대한 원내대표간 합의까지 이뤄지지 않는 한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내년 총선이 있어 소소위에서 삭감된 지역구 예산이 살아나거나 증액 요청이 심할 것”이라며 “짧은 정기국회 기간 중 법안 처리를 하면서 막판에 예산심사에 들어가다 보니 부실 심사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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