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해제 문제를 논의할 한일 양국 간 대화가 내달 초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26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할 양국 간 ‘국장급 정책대화’ 재개를 위한 과장급 협의를 내달 초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3년 반 동안 열리지 않았던 무역당국 국장급 정책 대화를 내달 하순 중국 청두에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전에 재개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 마이니치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과장급 협의는 한국에서, 국장급 정책대화는 일본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2일 일본이 연장을 원했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연장을 결정하면서 일본 측과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장급 준비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 7월 4일부터 고순도불화수소 등 한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을 일본 업체가 한국으로 수출할 때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시작했다. 또 8월부터는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그룹A)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 대부분의 전략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건별로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국은 이에 반발해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종료키로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지난 22일 끝날 예정이었던 지소미아 연장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내세운 수출 규제 해제와 관련해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 지소미아 효력이 조건부로 연장되고, 한일 무역관리 당국 간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러나 양국 간 대화는 수출 관리를 둘러싼 현안에 대한 인식차가 크기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그룹A’에 한국을 복귀시키는 조건으로 그간 한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3가지 사항을 계속 주장할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경산성은 전날 집권 자민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한국을 ‘그룹A’에서 제외한 배경으로 △2국 간 정책 대화가 일정 기간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점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가 미비한 점 △수출심사·관리 인원 등 체제의 취약성 등 3가지를 들면서 이들 조건이 모두 개선돼야 한국의 ‘그룹A’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