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2019 건축문화대상-일반주거부문 대상]빌라도 단독주택도 아닌듯 그런듯... 도시속 새로운 주거모델 제시

모여가

도심속 공동 집짓기에 의기투합

한 대문 8가구 30명 모여 살아

육아 방법 등 공유하는 작은 마을

8집마다 각 가정의 라이프 스타일과 집에대한 로망을 담아 다르게 설계했다. /ⓒ윤준환8집마다 각 가정의 라이프 스타일과 집에대한 로망을 담아 다르게 설계했다. /ⓒ윤준환



빌라도 아니며, 단독주택도 아파트도 아니다. 또 타운하우스나 공유 주거도 아니다. 각자에게 맞춤한 단독주택이기도 하고, 타운하우스이기도 하며, 동네이기도 한 집, ‘모여가’ 얘기다.

2019 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은 모여가는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부산시 남구 대연동에 자리하고 있다. 모여가는 부산 사투리로 ‘여럿이 모여’라는 의미다. 이름처럼 겉에서 보기엔 기다란 한 동짜리 건물이지만, 알고 보면 총 8가구, 약 30명에 달하는 가족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며 골목이다. 각 가정의 부부 16명이 건축주가 되어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집을 짓겠다는 뜻을 모아 만들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집을 짓고 사는 것은 누구나 한번 품어봤을 꿈같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화하기는 너무 어렵다. 특히나 도심에서 모여 사는 집은 결국 빌라로 귀결된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공동으로 집짓기에 나서지만, 결과적으로는 천편일률적인 집에서 또다시 살게 되는 것이다. 모여가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한 여덟 가구와 설계사, 시공사의 합작품이다.


모여가의 위치나 집을 짓는 방식, 소유의 방식은 아파트와 닮았다. 젊은 부부들이 집짓기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원으로 나가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통상 개인이 집을 지을 때에는 땅값이 비싼 도심 대신 전원에 짓는 경우가 많지만, 일터가 도시에 있고 아이들에게 도시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젊은 부모들은 도시를 떠날 수 없다. 모여가는 8가구가 힘을 모은 덕분에 남구의 도심인 대연동에 위치할 수 있었다. 주변에 유엔기념공원이 있어 녹지가 풍부하고 대안학교, 발도르프학교 등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도 걸어서 5분 거리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 자주 활용하는 이른바 ‘숲세권’, ‘학세권’인 셈이다.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높이 제한이 있는 구역이라 주변 대부분 건물이 4층 이하로 고즈넉한 멋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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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 과정 역시 아파트와 꽤 비슷했다. 수분양자들이 일정 기간에 걸쳐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치르는 것처럼, 모여가의 건축주들도 중간중간 돈을 모아 집을 지었다. 소유의 방식 또한 각 집을 각 가구가 개별 소유하는 것도 아파트와 닮았다. 통상 협동조합형 공동주택은 조합 명의로 주택을 등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매매를 하기 어렵고, 만에 하나 청산을 하게 될 때에도 처리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각 집의 소유권은 철저하게 개인 소유로 규정했다.

물론 설계와 관련해선 각 집의 가족 구성과 라이프 스타일, 집에 대한 로망 그리고 예산을 맞춰야 하는 힘든 작업이 이뤄져야 했다. 집을 지은 후 어떻게 살고 싶은가 에 대한 질문의 답을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과 상황, 육아의 방법 등을 공유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동육아의 바탕이 되는 작은 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온 가족이 참여하는 회의가 이뤄졌고 첨예한 이슈가 있을 때에는 1박 2일 마라톤 회의도 이뤄졌다.

치열하게 고민한 만큼, 그 결과물인 모여가에서 사는 가족들의 만족도는 높다. 16인의 건축주 중 한 사람인 양은주씨는 “아파트에 살 때에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지는 ‘외부’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긴장했지만, 이곳은 대문만 열면 안전한 공간”이라며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한 넓은 공간을 갖게 된 것이 함께 집을 지은 것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또한 성인이 된 이후로는 아파트에만 살아왔는데, 주택으로 돌아오면서 땅에 발붙이고 산다는 기분, 주변 집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모여가는 8가구, 약 30명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이자 골목이다. /ⓒ윤준환모여가는 8가구, 약 30명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이자 골목이다. /ⓒ윤준환


모여가는 도심 속에 위치해 있지만 주변 건물이 대부분 4층 이하의 저층 주거지라 동네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윤준환모여가는 도심 속에 위치해 있지만 주변 건물이 대부분 4층 이하의 저층 주거지라 동네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윤준환


모여가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서로의 집을 마음껏 오가는 것이 놀이다. 이사한 이후로 아이들에게는 수많은 형제와 자매가 생겼다. /ⓒ윤준환모여가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서로의 집을 마음껏 오가는 것이 놀이다. 이사한 이후로 아이들에게는 수많은 형제와 자매가 생겼다. /ⓒ윤준환


101호에 위치한 공유 공간 ‘모여방’에 모여가에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준환101호에 위치한 공유 공간 ‘모여방’에 모여가에 사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준환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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