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강제징용 해법 놓고 국회선 '문희상안(案)' 지원…피해자는 반발

한일기업(1+1)에 국민 자발적 기부(+α)'

여야 의원 10명 공동 발의 참여 의사 밝혀

피해자·시민단체 등은 "日 사죄 먼저" 반대

日, 문희상안에 대해 "논평 삼가겠다" 신중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문 의장이 제시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해법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문 의장이 제시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해법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 등으로 재단을 설립해 해결하자는 ‘1+1++α’안(案)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여야 일부 의원들이 관련 지원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일본의 사죄가 선행돼야 한다며 반발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문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원혜영·강창일·오제세·김민기 의원, 자유한국당 홍일표·함진규 의원, 바른미래당 이혜훈·김동철 의원, 대안신당 천정배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 의원은 한일 갈등의 주요 원인인 강제징용 해법 마련에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뜻을 문 의장에게 전했다.


문 의장도 면담 자리에서 “한·일 외교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외교적으로 협력하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들이 이미 많이 제출돼 있다”며 “법안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종합하여 획기적인 법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의원들은 “정부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니 국회가 먼저 법안을 마련해서 정부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문 의장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5일 도쿄 와세다대 특강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 양국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지원해 기금을 만들자는 ‘1+1+알파(α) 안’을 제안한 바 있다. 문 의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로 설립됐다가 2017년 12월 사실상 해산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은 재원 60억원도 강제징용 기금에 투입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도 지난 26일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강제동원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안에 대해 반대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강제동원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 안에 대해 반대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은 이 같은 움직임 저지에 나섰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 임재성 변호사 등 강제동원 피해자 및 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문 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문 의장에게 “반인권·반역사적인 피해자 배상 관련 입법 추진을 그만두라”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임 변호사는 “문희상 안에는 일본 기업이 성금을 내는 이유가 명시돼 있지 않고, 가해와 연관이 없는 기업마저 모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과의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광주에서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90) 할머니와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이 아직 나쁜 마음과 도둑놈 심보를 가지고 있다”며 “가슴에 손을 얹어놓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시민모임 등은 ‘문희상안’에 대해 “기부금 방식의 해결안은 피해자 인격과 존엄을 무시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일본의 사죄를 수반하지 않은 금전 지급은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에서 ‘문희상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모양새다.

마이니치신문의 고가 고 전문편집위원은 이날 기명 칼럼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제집행 전에 법 정비가 가능하다면 좋다”며 문 의장의 방안에 대한 관심과 정보 공유의 뜻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니시무라 아키히로 일본 관방부(副)장관은 같은 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의 구상을 일본 측이 받아들일 여지가 있느냐는 물음에 “타국 입법부에서의 논의이므로 (일본) 정부로서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답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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