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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건축문화대상-사회공공부문대상] 가파도문화예술창작공간, 20년간 방치된 폐허에 새 생명

공사 중단된 콘도 지하층 활용

섬 풍경과 어우러진 구조물 탄생

지상으로 솟아난 전망대도 눈길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은 주변 풍경을 최대한 유지한 채 건립됐다.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은 주변 풍경을 최대한 유지한 채 건립됐다.




건물내 작가 작업실에서 전시실로 향하는 공간에는 화원 등을 조성해 생명력을 부여했다.건물내 작가 작업실에서 전시실로 향하는 공간에는 화원 등을 조성해 생명력을 부여했다.


가파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세워 관광객과 주민 모두 만족할 수 있게 했다.가파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세워 관광객과 주민 모두 만족할 수 있게 했다.


가파도는 제주 남서쪽에 위치한 운진항에서 약 4.5km, 배로 15분 거리에 있는 둘레 4km의 작은 섬이다. 한때 인구 1,000여 명이 거주하며 어업과 농업 활동을 할 정도로 활동적인 섬이었지만 현재는 거주민이 150여 명에 불과하다. 주 산업인 농·어업은 쇠퇴했고, 매년 청보리 축제에 방문하는 관광객에 의존하는 형태로 산업구조가 바뀌었다.

제주도청과 주민들은 이에 뜻을 모아 가파도 살리기에 나섰다. 생태와 문화 보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섬이 되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힘을 모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가파도 문화예술창작공간(가파도 AiR)’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카드가 코디네이팅을 맡았지만, 거대한 상업자본의 투입이나 정부의 대규모 개발과 연계하지 않았다. 건축가가 주민들과 오랜 시간 대화하며 섬 공동체가 가장 원하는 형태의 구조물과 공간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 돋보이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번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공공부문 대상을 받은 문화예술창작공간 건축물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였다.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한 건물은 20년간 방치된 폐허였다. 콘도를 만들기 위해 지하층만 공사하다 중단된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잔해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건축가들은 기존 구조체를 유지하고, 그 사이로 새로운 벽과 기둥을 세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새 기능을 부여했다. 그러자 20여 년의 시간이 누적된 구조체 특유의 분위기가 섬과 어우러져 새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했다. 마을과는 다른 형태의 공간으로 섬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는 장소가 됐다. 주민들은 특히 전망대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지상으로 삐죽 솟은 전망대는 섬의 새로운 풍경을 경험하는 매개체가 되기에 충분했다. 섬에서 가장 높은 관람 포인트로 자리 잡았지만 오랜 시간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강조되거나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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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에는 5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몇 달씩 머물며 작업할 수 있는 숙소와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개별 중정이 있는 5개의 숙소와 작업 공간이다. 또 서재, 식사공간, 정원 등 커뮤니티 공간도 조성했다. 외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실과 전망 테라스는 주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스튜디오와 방문객의 동선은 서로 구분되지 않고, 서로 이웃처럼 대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문화예술창작공간은 주변 풍경을 최대한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하동포구 끝의 등대와 직선 상으로 연결되며 섬의 풍경을 선형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가파도 주민들이 자부심을 품고 유지해 온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건축물에 그대로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곳을 방문한 예술가들은 가파도의 문화와 역사를 축적하며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이후 국내외 다양한 작가들이 다녀갔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우수한 작품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파도의 한 주민은 “문화예술창작공간이 가파도의 우수한 문화와 전통을 예술가들에게 전달하고 새로운 창작물을 이뤄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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