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디지털화폐 G2에 처질라" 부랴부랴 합류 나선 ECB

"2021년까지 全유럽 결제 목표"

야심작 TIPS 기대 이하 성과에

경제 우위 상실 경각심 커진듯

유럽중앙은행(ECB)이 현금을 대체할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 암호화폐를 통화로 인정하지 않는 ECB의 이 같은 방침에는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도 뒤처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가한 브누아 쾨레 ECB 집행이사는 “ECB는 디지털화폐 도입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는 현금이 더는 사용되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중앙은행의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디지털화폐는 중요한 금융매개로서 현재 ECB와 다른 중앙은행이 조사 중인 이익과 비용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같이 참여한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도 “오는 2021년 말까지 유럽 전역의 모든 사람과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실시간 결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EU에 있는 은행들은 EU 전역에서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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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ECB의 판단은 최근 ECB가 주도한 은행 간 결제 시스템인 ‘TIPS’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다른 국가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유럽 내에서 미국과 중국의 결제 시스템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 유럽 주도의 디지털화폐 개발로 유럽 내 결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포석이다. FT는 “베네수엘라는 이미 자체 암호화폐인 ‘페트로’를 출시했고 스웨덴과 중국·우루과이 등도 디지털통화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쾨레 집행이사도 “유럽은 현금 이외 지불금의 3분의2 이상이 미국 비자와 마스터카드로 결제되고 있고, 최근에는 아마존과 애플의 결제 시스템은 물론 알리페이와 유니언페이 같은 중국 결제 시스템도 유럽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유럽은 미국과 아시아의 대안에 지나치게 의존해 경제적 우위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유럽 은행들이 자체 결제 플랫폼 개발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쾨레 집행이사는 페이스북의 암호화폐인 리브라처럼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민간 부문의 암호화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중앙은행들은 민간 영역에서 나온 솔루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결제 시스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달러화 등 실물자산을 기초로 발행되는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 등 검증되지 않은 방안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빠르고 효율적인 지불수단을 위한 민간시장 주도의 솔루션을 방해하거나 밀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암호화폐는 법적 확실성, 투자자 보호 등에서 잠재적 위험 가능성이 있지만 당국은 이를 보완해 디지털화폐가 안정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요건을 매우 높게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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