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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요양병원 병상수 11년새 4배 폭증에도...의료질은 못따라가 '돈먹는 하마'

[급증하는 요양병원 이대로 괜찮나]

병원 같은기간 690곳→1,558곳

작년 건보 진료비 7% 5.5조 차지

부담금 상한 초과액 환급받는 환자

10명중 6명꼴...건보 재정에 큰부담

연명의료 중단 요건도 43곳 그쳐

재활의료기관 등 기능분화 시급

조기퇴원 등 질평가 보상도 필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요양병원 입원 암환자에게 건강보험 몫인 진료비까지 대리 선납하도록 강요하는 대형병원과 이번 사태를 초래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요양병원 입원 암환자에게 건강보험 몫인 진료비까지 대리 선납하도록 강요하는 대형병원과 이번 사태를 초래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가족이 부모를 직접 돌보기 어려워지면서 요양병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요양병원 수는 지난 2008년 690곳에서 올해 1,558곳으로 2.3배, 병상 수는 7만6,600여개에서 30만1,300개로 4배가량 증가했다.

건강보험 총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3.4%(진료비 1조3,600억원)에서 지난해 7.1%(진료비 5조5,300억원)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 기간 진료비 증가액은 4조1,700억원으로 병원 진료비 증가폭 3조4,990억원을 웃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의 총 건강보험 진료비가 2.5배(12조5,442억원→31조8,234억원)로 증가한 가운데 요양병원 진료비는 4.1배로 급증했다.






◇입원환자 64%가 건보 본인부담금 상한 초과액 환급받아=하지만 가파른 증가세의 이면에는 그늘도 짙다. ‘돈 먹는 하마’ ‘계륵’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그 예다. 장기입원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지난해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64%인 24만4,000명이 건보 본인부담금 상한 초과액을 환급받았다. 최근 6년간 전체 환급액의 45%인 3조1,000억원이 요양병원 입원환자 몫이다. 장기입원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급증하자 보건복지부는 입원환자 분류체계를 개편하고 장기입원자의 입원료를 더 빨리, 더 많이 깎는 3단계(181~270일 5%, 271~360일 10%, 361일 이상 15%) 개편안 시행에 들어갔다.

송현종 상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치료와 신체활동 지원 등을 동시에 하다 보니 엄밀한 의미에서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요양병원의 법적 정의와 명칭을 재설정하고 요양병원·시설의 입원·입소기준 재설정, 요양병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인력·시설기준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비스 질을 높이려면 정부가 재활의료기관 지정 등을 통해 기능적 분화를 지원해야 한다”며 “적절한 치료로 환자들을 조기 퇴원시키는 비율 등을 의료질 평가에 포함하고 우수한 점수를 받은 요양병원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도 “‘병원은 병원답게, 시설은 시설답게’라는 대원칙을 지켜나가려면 요양병원 입원기준 강화와 기능 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용균 한림대 가정의학과교실 교수는 “노인 건강관리를 위한 보건과 복지 서비스가 분절돼 있고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노인·보호자 등 수요자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왜 요양병원 또는 장기요양시설을 선택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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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日當) 정액수가와 의료의 질이 낮고 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 등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제도 간 역할분담과 연계·조정이 미흡한 것도 문제다. 오창현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요양병원의 병원 기능 강화를 위해 본연의 의료적 기능을 수행할 경우 충분히 보상하고 경증환자 장기입원이나 환자 편법유인 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수가체계를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형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은 “급성기·만성기 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부터 재정립한 후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이 정립돼야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양병원에 대한 합리적 구조조정, 급성기 병원과 요양시설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민기초수급권자의 생계비가 요양시설 입소 시 중단돼 요양시설을 이용해야 할 노인들이 요양병원으로 몰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연명의료 중단 요건 43곳만 갖춰…임종 전 대형병원 이송 잦아=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분이 많은 만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강화도 시급하다. 2013~2017년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30만821명(2017년 6만9,503명)으로 지난해 전체 사망자 28만5,000명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병원 사망자 26만7,000명 중 36%(9만5,000명)가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요양병원은 43곳으로 3%를 밑돈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곳이다. 자체 윤리위를 두기 어려우면 공용윤리위원회를 운영하는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어도 되지만 그런 곳은 21곳뿐이다. 연간 위탁료 200만원, 1건 심의당 15만원이 부담스럽다는 이유 등으로 협약에 소극적이어서다. 부산·인천·세종시에는 자체 윤리위를 설치하거나 협약을 체결한 요양병원이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환자도 요양병원에서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어 임종 직전 대형병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흔하다.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요양병원에서 정작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 공용윤리위 운영, 행정절차 간소화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초고령사회가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죽음을 준비하는 제도적 지원대책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요양병원·시설에서 임종을 준비할 수 있는 별도 시설과 집중간호가 가능하도록 인력·수가기준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 설립한 불법 ‘사무장 요양병원’의 2009~2018년 적발 건수도 1,500건을 훨씬 웃돈다. 현재 운영 중인 전체 요양병원 수와 비슷하다. 병실당 병상 수가 많고 의료 서비스가 더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요양병원을 새로 내줄 때 의사의 형사처벌 이력이나 신용상태까지 따져 심사하는 등 진입 문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임웅재 선임기자 jaelim@sedaily.com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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