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표적 수사’ 의혹과 관련해 비위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을 이르면 이번주 말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같은 결정이 비서관 수준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른바 ‘윗선’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뤄지면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시장 수사의 근거가 된 첩보 문건은 백 전 비서관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첩보는 다시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근무 중인 경찰 출신 A 행정관을 통해 경찰청으로 갔고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전달돼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관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과정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백 비서관도 입장문을 통해 “일선 수사기관이 정밀히 살펴보도록 단순 이첩한 것 이상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선거 개입이나 ‘윗선’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첩보 문건을 박 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을 시인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업무 범위를 넘어 직권남용은 물론 공무원의 정치 개입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까지 위반한 중대한 선거범죄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수사팀이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을 이른 시일 내에 소환해 어떤 의도로 이 같은 첩보 문건을 작성하고 전달했는지,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윗선’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나아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과 이른바 윗선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백 전 비서관이 전달한 첩보 보고서는 대통령 비서실의 감찰 대상을 넘어선 것은 물론 통상 수준의 비위 내용이 아닌 다양한 첩보가 함께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경찰이 압수수색 등 주요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10여차례 이상 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경찰청의 공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팀이 확보한 보고서에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찰을 통해 경찰청으로 전달됐고 다시 울산지방경찰청으로 보내졌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직접 개입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쏟아지는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생산과 수사에 연루된 청와대와 경찰 관계자에게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황에 대한 증거와 진술이 속속 확보되면서 수사팀 내부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의 필요성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수사팀의 생각과 달리 지휘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처럼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부담과 역풍을 우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청은 김 전 시장에 대한 표적수사 의혹에 관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청은 청와대로부터 범죄 첩보를 이첩받으면 통상적 절차에 따라 첩보 내용을 확인한 뒤 관할 지방청으로 이관해 지방청에서 수사 여부를 결정해오고 있다”며 “이를 두고 ‘하명수사’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현호·김현상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