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한 게 1년 전입니다. 단 한 사람이 법안 처리를 막을 수도 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28일 국회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데이터3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현실에 대해 개탄했다. 실제 이들 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된 후 1년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급기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12일 가진 회동에서 이달 19일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그 합의는 지켜지지 못했다. 이후 원내대표들은 25일 만나 다시 29일 처리를 시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데이터3법의 본회의 통과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개인정보법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각각 처리됐지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시간 현재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이렇게 뒤늦게 정무위 법안소위 회의서 처리된 데는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 의원은 25일 개최된 정무위 법안소위 회의에서 “개인정보 제공은 개인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법안소위 회의는 법이 다수결 의결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례상 ‘만장일치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정무위 법안소위 회의가 열린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관례를 깨고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도 위원들 사이에서 제기됐지만 법안소위는 표결은 하지 않고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법안소위는 이날 지 의원의 의견을 일부 반영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이런 극적 타결이 늘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언제든 한 명의 반대에 법안 처리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법’의 처리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앞서 지난해 올 초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도 환경노동위원회는커녕 법안소위조차도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논의에 나선다손 치더라도 관례에 따르자면 역시 법안소위 위원 단 한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면 법안은 상임위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여야 3당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데이터3법 의결을 시도한다고 한다. 본 회의 이전에 각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데이터 3법을 일괄처리한다는 게 여야의 구상이다. 그러나 여야의 구상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상임위 법안소위 한 명만 반대해도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관행은 깰 필요가 있다”며 “그 관행을 깨지 않는 한 법안 처리는 20대는 21대든 어떤 국회를 막론하고 쉽사리 이뤄지기 힘들다”는 민주당 법사전문위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