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땜질 교육정책 언제까지 계속할건가

정부가 현재 중3이 대입을 치르는 2023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올리고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28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1일 대입제도 재검토를 말한 지 석달 만에 교육정책의 틀이 바뀐 것이다.


정부는 우선 관심사였던 정시 비중을 그간 유력하게 거론됐던 ‘40% 이상’으로 정하면서 학종 쏠림이 심한 서울 소재 16개 대학을 ‘핀셋 타깃’으로 했다. 대학들은 학종과 정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정부 방침에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40% 룰을 따르지 않는 곳은 재정지원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정시 확대는 큰 틀에서 다행스러운 조치다. 학종 중심의 수시전형은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취지로 급격히 늘어났지만 부모의 재력과 인맥에 따라 자녀의 교육기회가 달라지는 불공정 제도로 변질됐다. ‘조국 사태’는 수시의 불합리성이 응축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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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감안해도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조삼모사에 땜질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40% 룰만 해도 국가교육회의가 정시 하한선을 30%로 한 지 1년 만에 목표치가 올라간 것이다. 여기에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도 대폭 개편될 예정이어서 이번 방안은 ‘한시 대책’에 불과하다. 학부모들은 현 정권이 바뀌면 교육정책도 원점에서 재설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대목은 사교육 팽창이다. 정시 확대와 함께 비교과 영역이 폐지되면서 수능과 내신 성적의 중요성이 동시에 커지게 됐다. 학생들은 ‘문제풀이식’ 공부에 매달리게 됐고 사교육 시장을 찾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강남과 목동 등 ‘교육특구’에 대한 쏠림은 더 심해질 것이다. 결국 이번 방안의 성패는 공교육 정상화의 틀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튼실하게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입 공정성을 찾으려다 교실 붕괴를 부르고 창의적 인재를 뽑는 길만 막는다면 교육정책의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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