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황당한 족쇄 채워놓고 규제 샌드박스라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7일 공유숙박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했다.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내국인이 공유숙소를 사용하면 불법이다. 외국인 손님만 받을 수 있도록 한 관광진흥법 규제로 해외에서 대중화된 숙박공유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는 고사 직전이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숨통이 트이게 돼 다행이다. 무엇보다 꽉 막혀 있던 국내 기업들의 도심 내 내국인 공유숙박 사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어 반갑다.


하지만 이번 샌드박스 지정에 대해 ‘반쪽짜리’라거나 ‘무늬만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들린다. 규제를 푼다면서 집주인이 사는 집이어야 하고 영업 일수는 1년에 180일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등 새로운 규제를 줄줄이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은 입법단계의 규제까지 끌고 와 갖다 붙였다. 모두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황당한 규제들이다. 영업일 제한이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주인 실거주 주택과 빈집 모두 공유숙박이 허용된다. 빈집 공유가 금지된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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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족쇄를 채워놓았는데 어떻게 수익을 내고, 이미 시장을 선점한 에어비앤비 등 외국 업체와 경쟁이 가능하겠는가. 이러니 기업 현장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껏 규제 샌드박스가 180건 도입돼 올 목표치 100건을 넘었다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중간에 다른 규제를 들고 나오거나 지정 때부터 덕지덕지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규제 샌드박스가 ‘공무원 실적용’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공유 서비스 등 신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걸림돌은 규제다. 규제의 허들을 넘지 않고서는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게 불가능하고 해외 업체와 경쟁하기도 힘들다. 이제라도 시늉만 하지 말고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도 뒤처진 ‘공유경제’를 역전시킬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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