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는 유려한 곡선으로 이뤄졌고 유심히 들여다보면 천마리의 학이 구름 속을 날아가는 듯했다. 청년은 이 도자기 한병을 사는 데 서울의 좋은 기와집 20채 값을 줬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68호)이다. 청년은 그 밖에도 아궁이 불쏘시개, 고양이 밥그릇이 될 뻔한 물건들을 열정적으로 사들이는 데에 매진한다. 후에 이 수집품들은 빛나는 보배를 모아두는 집이라는 뜻의 ‘보화각(寶華閣)’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된다. 한국의 교육자이자 문화재 수집가인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박물관, 간송미술관 이야기다.
간송이 우리 문화유산 수집에 탐구했듯, 인사혁신처도 뛰어난 인재를 갈구하며 끊임없이 씨름해왔다. 한명의 뛰어난 인재가 조직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찾아낸 인재들을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바로 30만여명의 전문가 풀을 보유한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ata Base)다. 국가인재 DB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진 이들이 적합한 자리에서 능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른바 ‘적재적소(適材適所)’ 인사를 구현하고 있다.
인재 발굴과 확보에 정성을 들이는 것은 비단 우리 공직사회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전체 직원이 2만명이던 시절, 채용 담당자가 1,000명이나 됐다. 아마존은 회사 능력치(bar)를 높이기(raiser) 위한 면접관 100명에게 채용의 전권을 맡기는 ‘바 레이저(bar-raiser) 정책’을 통해 조직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한다. 유비가 제갈량의 초려(草廬)에 세 번 찾아간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인재의 중요성은 그야말로 시대와 국가를 넘나들며 관통한다.
며칠 전 보화각이 문화재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장품 한 점, 한 점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간송이 흘린 땀과 눈물일진대, 문화재로 등록돼 잘 보존된다면 기쁜 일이다. 국가인재 DB의 인물정보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오랜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보존한 한 사람의 정보는 그 사람의 인생인 동시에 대한민국 행정의 뿌리다. 우리 정부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무게와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물 ‘무가지보(無價之寶)’다.
올해로 국가인재 DB 구축 20주년을 맞는다.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애써 모은 인재정보를 한층 더 잘 활용해야 함은 인사혁신처의 몫이다. 그러한 까닭에 성년에 때맞춰 지능형 국가인재 DB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인재를 입체적으로 관리하고, 인재 추천의 타당성과 적시성을 높이는 것이다. 30만명의 전문성이 공직사회 곳곳에서 반짝일 수 있도록 스무살내기의 힘찬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