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180640)이 ‘기타법인’ 매수세에 힘입어 최근 급등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한진칼 지분 경쟁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칼은 내년 3월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완료돼 내년 정기주주 총회에서 최대주주인 조 회장 일가와 2대 주주인 KCGI 간 힘겨루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한진칼은 전 거래일보다 3.07%(1,100원) 오른 3만6,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21일 4만1,050원에서 15.1% 급락한 3만4,300원으로 마감한 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것은 기관, 그중에서도 ‘기타법인’이다. 기타법인은 11월14일 이후 28일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를 이어왔다. 이 기간 기타법인이 사들인 한진칼 주식을 합치면 총 64만6,203주로 한진칼 총 주식 수 중 1.09% 수준이다. 이날만 해도 기타법인은 총 6만2,723주(약 22억3,2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기타법인의 연이은 매수세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KCGI 간 지분확보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너 일가의 상속 문제에 이어 타 법인의 지분 취득이 이어지면서 한진칼 지분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보유한 지분 17.84%는 10월29일 배우자 이명희씨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자녀 3명에게 상속됐다.
현재(11월14일 기준)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자(28.94%), KCGI(15.98%), 델타항공(10%), 반도건설(5.06%) 4개 집단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시장에서 한진칼 지분경쟁 가능성이 희석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타법인 주식 매수세가 이렇게 이어진다면 기타법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툼의 불씨가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델타항공은 6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현재 10%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백기사로 알려지면서 지분경쟁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 측 승리로 끝났다는 관측에 한진칼 주가는 7월 말 2만5,900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델타항공 측이 중립을 선언했고 KCGI 측도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섰다. 10월 반도건설의 계열사가 계열사인 한영개발·반도개발과 함께 한진칼 주식 지분 5.06%(299만5,000주)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반도건설 측은 “단순 지분 투자”라고 밝혔지만 KCGI 측 우군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심우일·박경훈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