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대만 인재의 흡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대만경제연구소(TIER)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중국이 대만으로부터 영입한 반도체 인재가 3,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반도체 업계 종사자 약 4만명 가운데 10%에 가까운 인재들이 중국 기업에 편입됐다는 뜻이다.
중국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2~3배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한국·대만 등 반도체 선진국의 인재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00년 대만에서 운영하던 반도체 제조사를 대만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회사)인 TSMC에 매각한 뒤 중국에서 SMIC를 세운 장루징 창업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SMIC를 세계 5위, 중국 최대 파운드리로 키워냈다. 마이크론과 난야테크놀로지 간 합작을 성사시킨 ‘대만 D램 업계의 대부’ 가오치취안 전 난야 사장이 2015년 중국 칭화유니그룹 글로벌 담당 부총재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있다.
신문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겪은 뒤 대만의 반도체 인재 영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이 지난해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부품 및 기술 이전을 봉쇄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핵심기술을 미국 등 첨단산업 선진국들에 의존해왔다는 구조적 한계를 깨닫고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로봇·통신장비·항공우주 등 10개 첨단제조업 분야를 육성한다는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무역전쟁 과정에서 아킬레스건으로 드러난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고위층 임원은 물론 기술자들의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는 대만을 장기적으로 흡수 통일하려는 국가 전략도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니혼게이자이는 “대만이 반도체 등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실상 독립적 주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재 유출로 경쟁력이 약화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은 대만 내에 통일을 용인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