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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잡이한테 수비부담만 준다" VS "손흥민, 바뀐 전술에 적응해야"

■감독 바뀐 후 손흥민 새역할 놓고 국내 '갑론을박'

"최대강점 골 결정력 퇴화 우려, 이적 외엔 방법없어" 주장속

"최근 3경기서 1골4도움 종횡무진...팀이 우선돼야" 신중론도

손흥민, 내일 맨유와 원정경기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도전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이 지난 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본머스전에서 교체 아웃된 손흥민을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이 지난 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본머스전에서 교체 아웃된 손흥민을 안아주며 격려하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톱 클래스의 양발 피니셔(골잡이) 손흥민을 윙백으로 쓰다니…. 이적 말고는 방법이 없다.”

“감독이 바뀌어 전술도 바뀌면 새로 맡은 역할에 적응해야 하는 법이다.”


손흥민(27·토트넘)의 새 역할을 둘러싼 국내 축구 팬들의 갑론을박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축구 관련 사이트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손흥민 윙백’을 키워드로 “팀을 옮겨야 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반응과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측면 공격수인 윙포워드나 최전방 공격수가 익숙했던 손흥민은 조제 모리뉴 감독 부임 후 플레이스타일이 바뀌었다. 양 측면을 활발하게 오가는 과정에서 페널티 지역으로 이동해 슈팅하는 장면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왼쪽 지역에 치중하면서 공격만큼 측면 수비에 신경 쓰고 있다. 윙포워드가 아니라 수비 포지션인 윙백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윙백은 공격 가담 비율이 높은 측면 수비수를 말한다.


모리뉴 부임 후 열린 지난달 23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전(3대2 승), 같은 달 27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올림피아코스전(4대2 승), 이달 1일 EPL 본머스전(3대2 승)의 히트맵(주로 뛴 구역) 데이터를 보면 손흥민의 활동 반경은 거의 왼쪽에 국한됐다. 특히 본머스전에서는 공격 진영만큼 수비 진영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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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손흥민의 최대 강점인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흥민은 모리뉴 부임 후 첫 2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고 본머스전도 거의 풀타임(88분)을 뛰었다. 수비와 측면 공격 가담이라는 전통적 윙백의 역할에 더해 쉼없는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까지 요구받는 상황이라 체력적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팀 사정상 쉴 수도 없다 보니 길게 보면 선수 생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임 감독 시절인 2017년에도 손흥민은 3경기 정도 윙백으로 뛰었으나 그때는 한시적인 실험에 그쳤다. 그러나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스리백으로의 변화를 즐기는 모리뉴의 경우 다재다능하고 헌신적인 측면 요원이 전술에 필수적인데 손흥민이 현재 그 역할을 가장 잘해주고 있다.

손흥민의 역할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포체티노 시절 14위에 머물던 토트넘은 모리뉴 체제로 3경기를 치르는 사이 5위(5승5무4패·승점 20)로 올라섰다. 3경기 1골 4도움을 올린 손흥민은 5위 도약을 이끈 한 축이다. 전술 변화가 뚜렷한 결과를 내고 있고 손흥민도 잘 적응하고 있는 만큼 비판을 제기할 시점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과거 토트넘에서 뛰었던 대런 벤트는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의 예를 들어 선수들이 역할 변화에 민감해하기보다 팀을 위해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리뉴는 새로운 포메이션과 새로운 스타일로 현재까지는 토트넘을 발전시킨 듯하다”며 “이 과정에서 은돔벨레는 이전보다 수비적인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실망할 수는 있어도 일단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모리뉴는 빅 클럽에서 우승을 이끌어봤던 경험 많은 지도자”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모리뉴는 친절하고 잘 웃으며 농담도 잘한다. 팀에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져온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5일 오전4시30분(한국시각) 9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EPL 15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맨유는 모리뉴가 토트넘에 오기 전 지난해 말까지 지휘했던 팀이라 ‘모리뉴 더비’로 불리는 한판이다. 4위 첼시와 6점 차인 토트넘으로서는 톱4 진입의 발판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7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에 도전한다. 모리뉴가 부임 후 가장 강한 팀을 맞아 손흥민 활용법에 또 다른 변화를 줄지, 몇 분을 뛰게 할지, 또 공격형 미드필더 델리 알리와의 호흡이 이번에도 토트넘에 승점 3을 안길지 등 관전 포인트가 유독 많은 한판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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