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서울대에 입학하려면 국어·수학·탐구 2개 과목 기준 합계 표준점수가 400점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문계의 경우 올해 시험 최고난도로 꼽히는 수학 나형이, 자연계는 지난해 수능처럼 여전히 어려웠던 국어가 대입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학년도 수능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을 보면 국어영역이 140점, 이공계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은 134점, 인문계 학생이 주로 치르는 수학 나형은 149점이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와 평균점수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지고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진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가장 어렵게 나온 과목은 수학 나형이다. 지난해 수학 나형 표준점수 최고점인 139점보다 무려 10점이 올라 인문계 학생들의 체감 난도도 높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수학 나형의 경우 초고난도 문항을 줄이는 대신 고난도 문항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인문계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불수능’의 주범이었던 국어도 지난해보다 쉬워지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수준은 높았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인 140점은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래 지난해 시험 다음으로 높은 점수다. 수학 가형의 경우 올해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으로 지난해의 133점보다 1점 올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능 성적이 공개되면서 오는 26일 시작되는 대입 정시지원을 노리는 학생들의 눈치 싸움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성학원은 이날 평가원 발표 후 서울 주요대학 예상 합격선을 공개했다.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 최고 인기학과인 경영대에 지원하려면 국어·수학·탐구영역 2개 과목 기준(영어는 1등급 가정) 414점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가는 의예과의 경우 합격선이 405점이고 이외에 정치외교학부 413점, 국어교육 409점, 화학생물공학부 398점으로 인문계열이 자연계열보다 더 높은 점수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와 학생모집 경쟁을 벌이는 연세대의 지원 가능 선은 경영대 407점, 정치외교 405점, 영어영문 403점, 의예 406점, 치의예 400점 등으로 예측됐다. 고려대 또한 경영대 407점, 행정 405점, 영어영문 403점, 의과대 404점, 사이버국방 399점으로 예측돼 연세대와 비슷한 수준에서 지원 가능 선이 형성됐다.
과목별로 보면 인문계의 경우 어려웠던 수학 나형이 대입 지원의 최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학 나형은 같은 등급 내에서도 점수 차가 크게 발생한다”며 “수학에 따라 정시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계 학생이 수학 나형 시험을 잘 치렀을 경우 다른 과목보다 표준점수를 높게 받기 때문에 대학 지원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반면 자연계에서는 국어를 잘 본 학생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어도 까다롭게 출제됐다”며 “문과에서는 수학, 이과에서는 국어를 잘 본 학생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수학 가형의 난이도가 지난해와 비슷한 가운데 절대평가인 영어를 제외하면 표준점수 격차를 낼 수 있는 과목이 어려웠던 국어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