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078930)그룹 회장의 용퇴로 GS그룹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한층 속도를 내는 한편 ‘홍’자 돌림의 GS일가 4세들 간의 경쟁 구도도 한층 본격화 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허 회장이 용퇴를 선택하며 변화에 ‘올인’할 만큼 시장이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는’ GS그룹 특유의 경영기조에도 변화가 불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젊어진 사장단=이번 GS그룹의 혁신 의지는 한층 젊어진 사장단에서도 잘 읽힌다. GS그룹은 허연수 GS리테일(007070) 사장, 임병용 GS건설(006360)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홍순기 ㈜GS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외에 사장 승진 5명, 부사장 승진 2명, 전무 승진 10명, 전무 외부영입 2명, 상무 선임 21명, 전배 2명 등 총 45명에 대한 임원인사가 진행됐다.
특히 사장단에 ‘젊은 피’를 배치해 급변하는 미래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GS홈쇼핑(028150)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를 맡게 된 김호성(58) 부사장, GS파워 사장으로 승진한 조효제 대표이사 부사장, ㈜GS 사장으로 승진한 김석환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GS그룹 관계자는 “그룹 인사 후 사장단 평균연령이 57세로 전년보다 3세가량 낮아지게 된다”며 “세대교체로 조직에 활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영입으로 새로운 피도 수혈했다. GS칼텍스는 김정수 경영기획실장 전무와 임범상 법무부문장 전무 등 2명을, ㈜GS는 곽원철 사업지원팀 상무를 각각 신규 영입했다. GS에너지는 강동호 신사업개발부문장 상무를, GS홈쇼핑은 뉴테크 본부장 이종혁 상무를 각각 새 임원으로 발탁하며 한층 역동적인 GS 만들기에 힘을 줬다.
신임 여성 임원도 발탁하며 최근 ‘양성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경영 흐름에 발을 맞췄다. 공채 출신인 윤선미 GS홈쇼핑 상무는 콘텐츠 사업본부 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GS그룹 측은 “경영능력이 검증된 리더를 사장으로 전진 배치하고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 구조를 갖추려 글로벌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과감히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그룹의 핵심 축인 석유화학·유통·건설 등의 경영환경 악화와도 맞물려 있다. 정유 부문은 최근 정제마진이 18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수익이 꾸준히 악화되고 있으며 화학 부문도 에틸렌 시황 악화 등으로 예전만큼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 힘들 전망이다. 유통과 건설 등도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익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허태수 신임 GS그룹 회장이 ‘디지털 전도사’로도 잘 알려진 만큼 그룹 전반에 IT 유전자를 이식 시키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인다.
◇치열해지는 4세 후계구도=업계에서는 허태수 신임 회장이 GS일가 4세 들에게 회장 바통을 넘기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GS그룹 4세들이 1969년생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70~80년대 생들이라 후계 경쟁 구도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를 필두로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사장을 GS그룹 차기구도의 이른바 ‘빅4’로 꼽고 있다. 이들은 알음알음 ㈜GS 주식을 사들이며 향후 벌어질 회장 레이스에 이미 발을 들여놓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허동수GS칼텍스 회장의 아들인 허세홍 사장이 GS그룹의 핵심인 GS칼텍스 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번에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맏아들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또한 유력 후보군이다. 허 부사장은 지난 5월 ㈜GS 주식 8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2.04%로 늘렸으며 허 부사장이 22.05%의 지분을 가진 삼양통상은 올 상반기 ㈜GS 주식 0.21%를 사들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를 주목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3세 경영인이긴 하지만 GS 오너 일가 중 GS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에 눈길을 준다.
다만 몇몇 그룹과 달리 GS일가 4세들간의 분쟁 등은 없을 전망이다. 허 씨 일가는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가족회의를 거치는 것으로 잘 알려졌으며 양반의 고향인 진주 출신인 만큼 유교적 가풍을 중심으로 한 위계 질서 문화가 강한 편이다. 특히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홍’자 돌림인 오너 일가 4세들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제 막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디딘 GS그룹 4세들은 검소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등 집안 어르신들의 눈에 들기 위해 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