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터져 나온 여러 악재로 경찰 내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자칫 인사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정치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빠르면 이번주 중 경찰 고위간부직인 치안정감과 치안감의 승진 및 전보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무관과 총경 등 나머지 간부급 인사도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매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간부급 인사를 단행한다. 연말 인사에서는 6명의 치안정감 가운데 임호선 경찰청 차장과 이상로 인천지방경찰청장 등 2명이 물러나고, 현직 치안감들이 승진해 해당 직위를 채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직급으로, 경찰청 차장과 서울·부산·인천·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6명뿐이다.
하지만 치안감 승진인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등장했다. 황 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경찰청이 ‘검찰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반려했기 때문이다. 치안감 직급인 황 청장의 퇴직이 보류되면서 자연스레 치안감 승진 한 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가뜩이나 올 7월 인사에서 3명의 경무관이 치안감 직위 직무대리를 달고 치안감 승진을 예약해놓은 상황이라 이번 인사에서 실제 치안감 승진은 최대 2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치안감 승진자가 줄면 경무관 승진인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인사를 앞둔 경찰 입장에서는 황 청장의 거취도 고민거리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황에서 검찰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황 청장이 지방경찰청장직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황 청장이 경찰인재개발원장이나 중앙경찰학교장과 같은 교육기관장으로 이동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검경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분위기에서 황 청장을 한직으로 발령냈을 경우 자칫 검찰과의 기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편 경찰 내부적으로는 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위간부 비율이 적다는 불만도 꾸준히 나온다. 실제로 국군의 부사관급 이상 간부(19만5,000여명) 중 장성(436명)은 전체의 0.22%에 달한다. 이에 비해 경찰은 의경을 제외한 직업경찰(11만7,616명) 중 장성급에 해당하는 경무관 이상은 97명으로 0.08%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