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노 클링크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4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이 철회된 적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전날 외교를 담당하는 외무성이 아닌 북한 군부의 수장급 인사를 통해 대미 강경 메시지를 낸 직후 미국도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국방부를 내세우면서 북미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클링크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에서 한미동맹재단이 개최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해 대북 문제와 관련, “말이 나온 김에 당신이 언급했듯 군사적 옵션은 결코 철회된 적이 없다”며 “군사력은 억지력으로서 기여하기 위해 존재한다. 안정화군(stabilizing force)으로서 기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는 국무부 외교관들이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해왔다”면서도 “우리의 대응이 달라지고 국무부의 주도가 다른 어떤 것으로 전환될지도 모를 시점이 올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대미 도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미대화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군사적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높은 수위의 대북 강경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정찰자산을 보유한 미국은 연일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투입하며 대북 강경 메시지가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 공군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는 이날 경기도 남부 상공 3만1,000피트(9,448.8m)를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은밀한 첩보작전이 필요한 미 정찰기들이 위치식별장치를 통해 작전활동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다분히 북한을 의식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북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 언급이 나온 후부터 ‘항일 빨치산 정신’을 강조하며 대미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작전까지는 실행하지 않겠지만 재래식 무기를 통한 추가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날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려 할 수 있다. 재래식 무기를 추가로 시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의 신경전은 한반도를 넘어 국제사회로 번지고 있다. 북미는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오는 10일께 열릴 것으로 예정된 북한 인권문제 회의를 두고 대립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관련 회의 개최에 반대하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김 대사는 “(미국의) 또 다른 심각한 도발”로 규정하고 “최후까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모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편 미국의 우방인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6개국 대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런 도발적인 행위들을 규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