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지난 2016년 이후 3년 만에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2탄’으로 26조엔(약 284조5,440억원) 규모에 달하는 새 경제대책을 5일 내놓았다. 정부 행사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벚꽃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부진으로 경기하강 우려까지 고조되자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K·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임시 각의를 통해 △재해복구 △경기침체 리스크 대응 △도쿄올림픽 이후의 경제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새 경제대책을 정식으로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당정 정책간담회에서 “레이와(일본의 새 연호) 최초의 경제대책에 걸맞은 강력한 정책 패키지를 내놓았다”며 여당과 관계당국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번 대책의 사업 규모 총액은 재정지출 13조2,000억엔을 포함해 약 26조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경제 활성화 대책에는 총액의 절반에 가까운 11조7,000억엔이 투입된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5세대(5G) 기술개발 등 신성장 분야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신진 연구자 지원 기금을 신설하고 의료·농업 분야의 대형 연구사업을 확충하는 등의 내용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아울러 하천·제방 강화 등 재해대응에 7조엔을 투입한다. 올해 10월 일본을 강타한 초대형 태풍 하기비스 등 자연재해로 무너진 인프라를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7조3,000억엔을 들여 경기침체 리스크 대비에도 나선다.
아베 정부가 대규모 대책을 마련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가 이어지는데다 소비세 인상 등으로 내수가 부진한 만큼 경기부양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0.8%로 하향 조정했으며 내년 성장률도 0.5%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따라 성장률이 1.4%까지 오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 주최 ‘벚꽃 보는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아베 총리가 국면 전환용으로 당초보다 사업 규모를 늘렸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여당에서는 당초 최종 재정지출 규모의 절반도 안 되는 5조원대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