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기획부동산이 쪼개판 땅, 수용보상 사례 살펴보니…대박 신화 없었다

■개발제한 해제지역 지분공유 필지 보상내역 분석

국가가 수용 보상 경우 드물고

토지의 극히 일부 지분만 수용

공유지분 토지 개발제한 풀려도

민간업체 "땅값 부풀렸다" 안사

매수자 투자환금 가능성 '제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토지지분 매매 기획부동산들은 서민에게 ‘개발이 가시화되면 국가나 건설업자들에게 넘겨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반복하며 지분을 쪼개 팔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국가가 수용 보상한 경우는 드물거나 토지의 극히 일부 지분만 수용해 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간 건설업체들도 이 같은 공유지분 토지에 대해 개발제한이 풀린다 해도 사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 주를 이루면서 매수자들의 수익 실현은 물론이고 환금 가능성마저도 사실상 ‘제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경제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LH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의 30인 이상 지분공유 필지 보상내역’을 분석한 결과 과다등기 상태인 지번을 제외한 17개 수용보상 사례 중 3개 토지가 기획부동산이 지분을 쪼개 판 곳이었다. 1개는 고양 향동지구의 한 필지였으며 다른 2개는 의왕 고천지구의 한 필지에 해당했다.



경기도시공사와 SH에서는 이 같은 수용보상 사례가 없다고 답했다. 즉 지난 10년간 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서 택지개발사업과 관련해 수용보상을 받은 기획부동산 필지는 2곳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실이 지난 8월 말 개발제한구역 중 소유자가 50명 이상인 곳을 조사했을 때 서울·경기도에 총 516곳이 있었다. 이 땅이 전부 기획부동산이라고 치면 0.4%만이 수용된 것이다. 상속토지 등도 포함됐을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수용보상 사례 17개와 대비하면 3%가량만 수용됐다.


더군다나 수용 보상된 두 곳을 살펴보니 대박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두 사례를 종합하면 지분 매입가와 보상가는 비슷했고 그마저도 LH에서 필요한 부분만 떼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 향동의 경우 한 업체가 2016년 5월 경매로 3.3㎡당 28만5,380원에 땅을 취득했다. 이후 2016년 11월까지 53명에게 매입가의 3배인 3.3㎡당 85만9,000원에 팔아넘겼다. 그러나 2016년 11월 LH의 보상가는 77만8,000원으로 매수가에 못 미쳤다. 그마저도 토지의 4.5%만 지번 분할을 해가서 나머지 대다수 토지는 여전히 매수자들 손에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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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왕시에서는 2015년 3월 업체가 3.3㎡당 9만1,749만원에 땅을 사 같은 해 5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54명에게 쪼개 팔았다. 이때 판매가는 3.3㎡당 36만9,858원으로 매입가의 4배에 달했다. LH는 2016년 5월 이 땅의 단 2.04%만 수용해갔다. 보상가는 3.3㎡당 40만원으로 매입가보다는 조금 높았다.

이러한 사례를 봤을 때 기획부동산 업체의 일반적인 홍보와 달리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개발제한이 풀리고 국가가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목돈을 만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해석이다. 또 국가수용 외에 수익실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민간업자에게 지분을 파는 것인데 업체가 4배 내외의 가격에 지분을 넘겨 땅값이 부풀려진데다 민간업자가 지분권자를 일일이 찾아서 매수작업을 할 가능성이 적어 매각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앞서 수용 보상된 토지의 경우 잔여지 매입 보상청구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지분권자들이 너무 많아 이조차도 여의치 않다”며 “국가 수용보상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신화가 계속 재생산되고 있는데 객관적인 감정평가를 거쳐 보상하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월등히 높은 보상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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