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에 출시한 첫 순수전기차 ‘EQC 400 4MATIC(사진)’의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조금 지원마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불편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의 가격은 1억500만원에서 1억1,100만원에 이른다.
5일 교통환경연구소에 따르면 EQC 400은 저온(영하 7도)일 때 한번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171㎞로 상온(영상 25도) 309㎞의 55.3%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행거리 인증을 받은 후 국내에 시판된 전기차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상 겨울이 되면 차량의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주행거리가 줄어든다. 외부 기온이 떨어지면 배터리 냉각수와 히터를 통해 실내를 덥히는 데도 배터리 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 열을 활용해 실내 히터를 돌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료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외부 온도가 낮아졌을 때 주행거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차량은 EQC 400이 유일하다. 실제 영상 25도 환경 대비 영하 7도에서의 주행거리 비율은 현대차 ‘아이오닉’이 70.7%, ‘코나’가 76.5%, 기아차 ‘니로’가 78.7%로 국내 차들은 대부분 70%를 넘어선다. 수입차의 경우 테슬라 ‘Model S’는 84.7%에 달하고 재규어랜드로버의 ‘I PACE’도 68.2%로 70%에 가깝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런 현상에 대해 “EQC 400은 프리미엄 차량으로 중량이 무거워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당초 EQC 400이 출시됐을 때도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309㎞에 불과해 경쟁 차종 대비 짧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게다가 겨울 추위가 본격화되는 시점이어서 주행거리에 대한 고객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 문제는 EQC 400이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기차에 대해 400만~900만원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다만 환경부 고시인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에 따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11개 항목에 대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주행거리와 관련해서는 2019년 기준 ‘상온 시 주행거리가 200㎞ 이상인 전기차는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 대비 60%를 넘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교통환경연구소가 상온·저온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인증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을 적용하면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 비율이 55.3%에 불과한 EQC 400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보조금 심사를 신청한 만큼 일단 환경부 심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아직 환경부 심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보조금 지급신청이 거절됐을 경우에 대해 답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출시된 EQC 400은 10월 19대, 11월 2대가 신규 등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