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종주국 위상 흔들리는 '김치'

김치소비 감소 속 수입 증가로 무역적자 전락

재배농가 소득감소, 전통문화 퇴색 우려 커져

김치소비 늘려 건강과 종주국 자존심 지켜야

김병국 한국농업연구소장·전 농협중앙회 이사김병국 한국농업연구소장·전 농협중앙회 이사



겨울의 문턱에서 이맘때가 되면 우리 부모님들은 월동준비로, 한 해를 마감하는 연례행사처럼 집집마다 김장을 담느라 분주했다.

김장 담그는 날이면 가족과 이웃들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절인 배추에 양념 속과 굴을 한데 얹어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곤 했는데, 그 환상의 맛은 김장철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였다. 먹을 것이 지천에 넘쳐나는 지금도 김장철만 되면 아련한 추억과 함께 여전히 군침을 돌게 한다.


미국의 건강잡지인 ‘헬스’(2016)와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가디언’(2018)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한국의 김치, 인도 렌틸콩, 일본 낫토,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를 선정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올해 11월에는 일본의 공영방송인‘NHK’가 코리아 김치 페스티벌과 함께 한국 김치의 건강 기능성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발효과학으로 보면 김치는 겨우내 비타민과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주요 영양 공급원이다. 주재료인 배추 잎사귀에는 철분, 칼슘, 비타민C 등이 풍부하고, 배추 고갱이에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여기에다 고추, 마늘, 생강, 젓갈 등 부재료의 다양한 영양 성분이 어우러져 발효되면 특유의 시원한 감칠맛을 내게 된다.

한국인에게 있어 김장은 겨울을 나기 위해 준비하는 집안과 마을의 큰 행사인 동시에 협동의 문화를 의미한다. 김장 담그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가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동체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넉넉히 김장을 담궈 어려운 이웃과 나누어 먹었기에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담겨 있다.


이러한 김장문화가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광범위하게 전승되어 한국인의 나눔과 공동체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김치는 2013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일본의 ‘기무치’를 누르고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였다. 김치는 계층과 지역적 차이를 떠나 한국인의 식사에 빠질 수 없는 반찬이다. 밥과 김치는 소박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으며, 가장 화려한 연회에서도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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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치가 지니는 역사성과 효능, 문화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여건은 그다지 밝지 않다. 실제로 국민 1인당 연간 소비하는 김치의 양은 1980년대 50kg에서 2018년 26.1kg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김장채소 소비량도 2000년 180만톤에서 2017년 113만톤으로 매년 3%씩 감소하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소비자패널 조사에 따르면, 올해 김장을 줄이겠다는 소비자가 전체 응답자의 30%로 조사되었다. 김장을 줄이는 이유로는 ‘가족 수가 줄거나 외식 증가로 김치소비량이 줄어서’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48%로 압도적으로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김치수출은 9,750만달러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는데, 이는 김치수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김치 수출국도 63개국에서 68개국으로 늘었다.

그러나 그 면면을 살펴보면 김치 수입은 2014년 1억 440만달러에서 2018년 1억 3,821만달러로 5년 사이에 32%나 증가하는 등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외식업체의 절반이 수입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는데, 중국으로부터의 김치수입액이 2005년 583억원에서 2017년 1,455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여파로 김장채소 재배농가의 소득감소가 우려되고 김치소비 감소는 단순히 농업부문의 피해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문화유산의 전통이 사라지는 문제도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해는 몸에 좋은 김장김치를 우리 손으로 한포기 더 담궈 농가도 돕고 가족들의 건강도 챙기고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따듯한 마음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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