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5일(현지시간)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을 발표하며 미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계기를 마련했다. 이미 LG화학은 지난 2012년 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공장인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을 가동하며 현재 약 5GWh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상태다. 기술력과 양산능력을 갖춘 LG화학이 미국 1위 자동차업체와 손을 잡으며 두 번째 생산기지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수요처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 전기차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미국 전기차시장은 중국·유럽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시장으로 꼽힌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시장은 올해 52만대에서 오는 2021년 91만대, 2023년 132만대로 연평균 26%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성장 속도도 빠르다. 오하이오주라는 위치도 의미가 있다. 오하이오주는 미 공화당의 30년 텃밭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의 요충지로 꼽힌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GM이 인력구조조정을 발표하자 “중국 공장을 멈추고 오하이오에 공장을 지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합작은 GM 입장에서도 높은 품질의 전기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돼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가 각 분야에서의 기술력과 양산능력 외에도 10년간의 협력관계를 통해 구축해온 노하우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LG화학은 GM이 지난 2009년 출시한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쉐보레 볼트(Volt)’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된 이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이후 LG화학은 GM의 전기차 플래그십 모델인 ‘쉐보레 스파크’ ‘쉐보레 볼트(Bolt)’에도 배터리를 공급했다.
현재 150조원에 육박하는 수주잔액을 확보한 LG화학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중국·유럽 등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갖춘 유일한 업체가 됐다. 오하이오주 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은 5개의 자체 생산공장과 2개의 합작 공장으로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지금까지 LG화학의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는 270만대에 이른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고객에게 인정받은 안전성, 성능, 원가 경쟁력과 함께 15년 이상의 양산 경험으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 물량을 지속 늘려나갈 것”이라며 “생산 및 품질 역량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GM과의 합작법인과 같이 시장 상황에 맞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글로벌 1위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LG화학은 올 6월 중국 내 1위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각각 1,034억원을 출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공장에서는 2022년부터 연간 10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지난달에는 중국 소형 배터리 제조업체인 ‘베켄 테크놀로지’와도 손을 잡았다. LG화학과 베켄 테크놀로지는 각각 5,622만달러(약 670억원)를 출자해 중국 장시성 난창시에 합작사를 세우고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LG화학이 완성차 업체와 추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 초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기술을 노린 탓에 조인트벤처(JV)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안정적 조달이 우선시되는 만큼 배터리 업체가 독자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JV 설립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LG화학 측은 “대규모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양산능력을 확보해 2024년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체 배터리 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약 70GWh 수준인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내년 약 100GWh로 확대된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고 유럽이 전기차 보급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