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통해 세상읽기] 德蕩乎名(덕탕호명), 知出乎爭(지출호쟁)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명예욕 때문에 덕성 사라지고

지식, 경쟁·투쟁 도구로 쓰여

공공선보다 자기이익 극대화 골몰

美방위비 협상 등 생떼논리 판쳐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인류가 언어 덕분에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와 비교할 수 없는 문명을 세울 수 있었다. 언어가 없으면 아주 간단한 일도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을 수밖에 없으니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집을 짓다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망치를 가져다 달라고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언어가 있을 경우 ‘망치’라고 발음해 망치를 손에 잡을 수 있다. 언어가 없으면 손짓·몸짓으로 ‘망치’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겠지만 서로 오해를 낳을 수가 있다. 이처럼 언어는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언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먼저 사람이 직립 보행을 하도록 진화해야 한다. 직립 보행을 하면 구강 구조가 바뀌어 다양한 알파벳처럼 분절음을 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이 내는 소리처럼 들어도 잘 구별할 수가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동물이 아플 때 제일 답답하다. 뭐라고 말이라고 하면 즉각 필요한 조치를 할 텐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병원으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사람은 분절음을 문자로 형상화해 낱말과 개념을 만들어낸다. 이때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분절음을 낸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낱말과 개념으로 구분되지 않으면 언어는 많은 역할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이 상상력을 발휘해 각각 다른 소릿값으로 세상 사물을 분류할 때 웬만한 이성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예컨대 우리말에 ‘배’만 해도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먹는 배와 타는 배, 몸의 배로 구별할 수 있다. 아울러 아이는 구사할 수 있는 어휘가 적기 때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문장을 구사하지도 못하고 깊은 사고를 진행할 수도 없다. 결국 사람은 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있는 사물과 일어나는 사태를 서로 다른 문자로 표기하고 발음해 의사소통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게 된다. 이때 사람은 언어를 비롯해 자신의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협상,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회담,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분쟁, 여야 간의 패스트트랙 정국을 보면 사람이 과연 이성을 공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의문이 든다. 어떻게 하면 내가 상대로부터 더 많은 이익과 양보를 거둘 수 있는지 골몰할 뿐, 공동의 이해를 만족시킬 방법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미국과 북한은 각자 자신이 정한 방식을 수용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방위비 협의과정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를 고려하지 않고 지금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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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위대한 다리가 아니라 각자 자신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장자도 일찍이 사람이 공적인 목표를 도외시하고 각자의 이해를 위해 다투는 현상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덕성은 명예욕 때문에 없어지고 지식은 경쟁욕 때문에 세차게 생겨난다. 명예는 서로 헐뜯는 것이고 지식은 투쟁하는 도구다. 두 가지는 흉기이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덕탕호명德蕩乎名, 지출호쟁知出乎爭. 명야자名也者, 상알야相軋也. 지야자知也者, 쟁지기야爭之器也. 이자흉기二者凶器, 비소이진행야非所以盡行也.)”

덕성과 지식은 사람이 공공선을 신장시킬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은 개인의 명예를 앞세우려 하기에 덕성이 빛을 잃어가고 경쟁과 투쟁에서 이기려 하다보니 생떼를 부리는 기괴한 논리가 출중한 전략으로 포장이 된다. 사람이 명예와 투쟁을 추구할수록 덕성과 지식은 공공선에서 멀어지고 사적인 욕망의 실행을 위한 도구가 된다. 이러한 상황이 깊어지면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바람을 실현할 수 있었던 원시 상태에 가까워진다. 자고 나면 자신이 제일 잘났고 다른 사람은 못났으며 투쟁에 이기느라 온갖 미사여구와 압박을 쏟아내는 뉴스로 넘쳐난다. 이는 장자의 ‘덕탕호명’과 ‘지출호쟁’을 실증하는 실례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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