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밑에서 일했던 고(故) A검찰수사관의 유류품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6일 재신청했다. 전날에 이어 기각이 예상되는 가운데 하루 만에 영장을 재신청하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서초경찰서는 이날 “경찰은 변사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검찰에서 포렌식 중인 핸드폰 분석내용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에서 포렌식 중인 휴대폰 기계를 재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도 변사자의 행적 등 사건 수사를 위한 휴대폰 저장 내용을 확보하고자 압수수색영장을 재신청하는 것”이라며 재신청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첫 영장이 기각된 직후 낸 발표에서 “(A수사관의) 사망 경위 및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면밀한 사실 확인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이 필수적이다”라며 재신청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변사사건 발생 즉시 현장에 출동하여 유류물을 수거·분석하는 등 사망원인 규명을 위해 먼저 수사에 착수했으나, 검찰에서 직권남용 등 별건 수사를 이유로 해당 휴대폰을 압수했고, 자료를 경찰과 공유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어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영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하면서 “해당 휴대전화는 선거 개입 등 혐의와 변사자의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법원이 검찰에 발부한 영장으로 이미 적법하게 압수돼 검찰이 조사 중에 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사자 부검 결과와 유서, 관련자 진술,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에 의해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신청한 압수 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영장 재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함에도 경찰이 연이어 영장을 신청한 데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임은정(45)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 경찰은 부산지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바 있지만 재차 기각되는 등 검경의 힘겨루기 국면에서 검찰을 상대로 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된 경우는 드물다.
일각에서는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이 논의되는 판에서 경찰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장 신청이 재차 기각되면 검찰의 영장청구독점권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일 경찰이 확보한 구류품을 대상으로 한 이례적인 압색 집행을 두고 경찰 내부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검찰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검찰을 향해 “검찰은 경찰은 수사 말아먹는 미성년자, 한정치산자같은 존재로 보고 있다”며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