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취업 안되자 학생들 기피…서울 특성화고 10곳 중 6곳 정원 미달

70개 학교 중 42개교 내년 신입생 모집정원 못 채워

취업률 하락에 대책은 없어 구조조정 필요성만 커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특성화고 지난 10월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휘경공고에서 학생에게 배기가스 측정방법을 듣고 있다. 특성화고 인기 하락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감이 직접 현장 실습까지 자처했지만 내년도에도 모집 정원 미달 사태가 이어져 특성화고의 위기는 커지는 상황이다./연합뉴스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특성화고 지난 10월 2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휘경공고에서 학생에게 배기가스 측정방법을 듣고 있다. 특성화고 인기 하락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감이 직접 현장 실습까지 자처했지만 내년도에도 모집 정원 미달 사태가 이어져 특성화고의 위기는 커지는 상황이다./연합뉴스



내년도 서울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에서 10개 학교 중 6곳 꼴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성화고를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현실이 학생들의 기피현상으로 이어진 것인데 교육당국은 명확한 취업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학교 통폐합 등 구조조정 필요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이 6일 발표한 ‘2020학년도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결과’에 따르면 전체 70개 서울 특성화고 중 42곳이 내년 신입생 모집정원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작년 38개교에서 미충원 학교가 4개 늘어나 전체의 40%를 차지한 것이다. 미충원 특성화고는 2015학년도에만 해도 2개교에 그쳤지만 지난 5년 동안 급증세를 기록했다.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목표로 하는 실업계고의 대안 모델인 특성화고가 학생들의 기피 현상으로 위기에 몰린 것이다.


미충원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청은 특성화고 모집정원을 대폭 줄이는 강수를 뒀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체 70개 서울 특성화고의 내년도 모집정원은 1만 4,226명으로 올해(1만 5,502명) 대비 1,276명 줄었다. 줄어든 학령인구를 이유로 정원 조정을 한 것으로 2016학년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줄어든 정원보다 지원자 수 감소 폭(2,022명)은 더 크게 나타나 학생수 조정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성화고 지원율을 봐도 내년도가 1.08대 1로 2017학년도(1.34대 1)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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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인기가 떨어진 것은 낮아진 취업률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성화고는 일반고와 달리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계속 교육’이 아니라 당장 취업을 목표로 하는 ‘종국 교육’이다.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2000년대 초반 80%에 달하던 수치가 지난해 54.7%, 올해 37%로 급락하고 있다. 그나마 내년도 입학 지원에서 인기가 높은 디자인·문화콘텐츠(1,44대 1), 음식조리(1.26대 1) 등의 학과도 학생들의 소신 지원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전공이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 10월 직접 특성화고로 출퇴근을 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 결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가르치는 특성화고를 키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AI 특성화고 설립과 관련해서는 관련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과 경쟁해서 취업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돼 ‘학교 간판 바꾸기’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성화고 모집정원 미달 사태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빠른 시간 안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충청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내 22개 특성화고 가운데 7곳이 내년도 신입생 모집정원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고교 취업정책이 헛바퀴를 도는 상황에서 특성화고 지원자 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인기 없는 학과를 없애거나 학교 통폐합을 하는 등 특성화고 구조조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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