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주제로 시민 대토론대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지금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행사장이다”, “시민이 원치 않으면 교통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냐”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시민 대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300명은 10명씩 조를 이뤄 오전부터 6시간 남짓 광화문광장 조성 원칙과 운영 방안을 놓고 원탁 토론을 벌였다. 광화문광장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그로 인한 교통 문제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다.
시민 성모 씨는 “지금 광화문광장은 거대한 행사장”이라며 “앞으로 새 광장도 시민이 참여하는 일상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면 또 다른 거대한 행사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민 남모 씨는 “광장에 서 있을 때 행복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홍모 씨는 모든 시민이 새로운 광장 조성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시민이 원치 않으면 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교통 문제 등을 해결하면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모 씨는 “광장은 네트워크의 거점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다른 가치를 만들려고 하니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광화문과 광장을 지하도로로 연결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서울시가 시민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광화문광장에 대해 쉴 공간이 부족하고 집회가 많다는 불만이 다수 있었다. 응답자의 44.5%는 새 광화문광장을 시민휴식공간과 도심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답했고, 문화행사 공간이 21.8%로 뒤를 이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전문가들도 추진 방향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연합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오세훈 전임 시장 시절 700억원을 포함해 10년간 광화문광장에만 2,000억원의 예산이 중복 투자되고 있다”며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돼 예산이 적절한지 검증하는 단계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 국장은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검증이 필요하다”며 “차량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경구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광화문광장은 정치 공간보다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는 공간이어야 한다.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며 “주변 건물과 호흡하고, 많은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창수 서울시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조성 방향이 정해지면 내년에 구체적 방안을 단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시민의 일상적 활동에 적합하게 광장 일부 시설을 배치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교통 대책과 관련해 임 반장은 “교통난 완화를 위한, 다른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을 찾아가고 있다. 사직·율곡로는 선형으로 꺾는 부분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겠다”며 “광장을 비우는 ‘광장 휴가제’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는 서울시가 19세 이상 시민 가운데 자치구, 성, 연령별로 균등하게 선정했다. 서울시는 15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광장의 구조와 교통을 주제로 2차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