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웅진코웨이 다음은 나" 렌털 '넘버투' 신경전

1위업체 주춤한새 '후광' 노려

쿠쿠 "해외계정 합산땐 2위"에

SK매직 "의도적 몸집 부풀리기"

해외포함 순위 산정 반박 나서

LG는 "계정 200만" 깜짝공개




렌털 업계 ‘넘버투(2위)’ 자리를 놓고 업체 간 신경전이 불붙고 있다. 지난 30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웅진코웨이가 주인이 자주 바뀌면서 주춤하는 사이 ‘넘버투’ 자리에 대한 후광효과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경전의 첫 포문은 쿠쿠가 열었다. 9일 쿠쿠는 지난 11월말 기준 국내외 렌털 누적계정이 237만개로 집계됐다며 국내외 합산 763만계정을 보유한 웅진코웨이에 이어 업계 2위라고 밝혔다. 쿠쿠에 따르면 국내 156만, 해외 81만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계정의 세부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5년 진출한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서 발생한 매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계정을 기준으로 업계 순위를 매겨 오던 관례를 깨고 쿠쿠가 해외 계정까지 포함한 수치를 공개하자 ‘업계 2위’인 SK매직은 곧바로 ‘(2위 자리를 노리는 쿠쿠의) 의도적인 몸집 부풀리기’라며 반박에 나섰다. 통상적인 기준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 만들어 낸 수치로, 일종의 ‘분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SK매직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냉장고 판매량을 두고 따지는 상황에서 갑자기 미국 등 해외 판매량을 끌어다 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SK매직의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렌털규모는 180만 계정이다. 국내 수치만 놓고 보면 쿠쿠를 누르고 있지만 해외 계정까지 포함하면 바로 역전된다. 이 때문에 SK매직은 ‘국내 렌털 계정’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순위를 매겨온 관례를 옹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기준으로는 청호나이스는 148만 계정, 교원은 67만 계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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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LG전자도 지난 10년간 공개하지 않았던 렌털 계정을 셀프 공개하면서 ‘넘버투’ 신경전을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 퓨리케어 정수기를 시작으로 렌털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계정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LG전자 전체 매출서 차지하는 렌털 비중이 워낙 적은 데다 자칫 대기업이 중견기업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러다 최근 3·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G측은 “국내 렌털은 200만 계정 수준”이라고 깜짝 공개했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몫을 100만 후반으로 추정해 왔지만 이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가 공개되면서 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나머지 업체들이 서로 넘버투를 두고 싸웠더라도 LG전자의 계정이 사실로 확인되면 순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업체들이 웅진코웨이를 뺀 ‘넘버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수치를 들이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LG전자와 유사한 렌털가격 구조를 보유한 업체들과 비교하면 LG전자의 200만계정도 부풀려져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웅진코웨이가 주춤하는 사이에 엎치락 뒤치락하는 후발주자들끼리 서로가 ‘넘버투’라고 주장하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며 “적어도 빅3에는 포함돼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앞으로 (신경전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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