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트럼프 "잃을 게 많을 것" 경고에 "더 잃을 것 없다"로 받아친 北

트럼프, 김정은에 경고 메시지 거듭 보내자

北김영철 담화 내고 "망령 든 늙다리" 비판

인신 공격성 표현까지 동원해 강력 맞대응

'벼랑끝전술'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대미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도앙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는 모습./사진출처=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도앙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는 모습./사진출처=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잃을 게 많을 것(too much to lose)”이라고 경고하자 북한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라고 받아쳤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영어 속담 ‘잃을 게 없는 사람들과는 다투지 말라 (Never contend with a man who has nothing to lose.)’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미국의 향후 대응 강도나 방식에 따라 북한도 얼마든지 초강경 맞대응을 할 수 있다는 ‘강 대 강’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망령든 늙다리”…‘로켓맨’ 표현 재차 경고

북한은 이날 오후 김영철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 담화를 내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에 대해 “부적절하고도 위험성 높은 발언”이라거나 “은근히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한 발언과 표현들”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김영철 위원장은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라며 “어쩔 수 없이 이럴 때 보면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추가했다.

김영철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 발언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망령든 늙다리’는 지난 2017년 9월 뉴욕 유엔총회 당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했던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비하하자 북한은 “망령든 미국의 늙다리( mentally deranged US dotard)”이라는 표현으로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최근 ‘로켓맨’이라고 재차 비난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자신들의 ‘최고 존엄’ 모독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역시 최근 ‘망령든 늙다리’란 표현을 소환했다.

다만 김영철 위원장은 “우리 국무위원장은 미국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며 다소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철 “우릴 너무 몰라…우린 더 잃을 게 없는 사람들”

또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그는 “미국이 더 이상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뺏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경고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무력 사용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김영철 위원장은 “시간 끌기는 명처방이 아니다”며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미국의 안전 위협이 계속해 커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재차 위협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영철 담화에는 체제훼손과 존엄모독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점, 연말까지 시한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예고한다는 점, 대통령 명칭 없이 트럼프, 그리고 망령든 늙다리 등 말 폭탄을 던졌다는 점에서 전략적 지위향상과 함께 새로운 길의 선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비록 김영철이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북미 정상 간의 우호적 관계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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