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9일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 선출을 계기로 협상을 통한 대치정국 해소 방안 모색에 나섰다. 한국당이 이날 5선의 심재철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한 직후 여야 3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주선으로 원내대표회담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에 일단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바른미래당 등 3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10일 처리하고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상정을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여야는 법사위원회를 열어 데이터 3법을 심의하고, 한국당은 본회의에 올린 안건에 대해 신청한 필리버스터를 여야의 예산안 선(先) 합의를 전제로 철회하기로 했다. 여야가 민생입법 처리 지연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굴복한 것이다. 여야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온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상정은 보류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여야 3당이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모처럼 협상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3당의 합의는 ‘게임의 룰’인 선거법과 수사기관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 현안에 대한 절충의 물꼬를 조금이라도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민주당이 국회법에 근거가 없는데다 과거 사례도 없는 ‘4+1(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라는 군소정당과의 불법 모임에서 예산안 등을 논의한 뒤 밀어붙이려던 계획이 철회된 것은 다행이다. 4+1 협의체는 총 513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안 가운데 불과 1조2,000억원을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3당은 ‘초슈퍼’ 예산안에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사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예산 대폭 삭감에 합의해야 한다. 데이터 3법과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민식이법’ 등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대신에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에서는 시간을 두고 충분히 협상해 접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거법에서 연동형비례대표 의석을 최소화하고 공수처법에서 정치적 중립 방안을 마련하면 절충의 여지가 있다. 국론 분열의 확산을 막으려면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대화와 상생 정치 복원의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