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소수자들이 혐오자 대응할 때도 논리가 필요하다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출간 간담회

한국성소수자연구회 소속 전문가 19명 참여

오해 바로잡고 차별·혐오 불식시키기 위한 책

10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신간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공동저자인 왼쪽부터 자캐오 대한성공회 신부,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박한희 변호사, 최훈 강원대 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창비


‘성소수자에 대해 찬성, 반대 의견을 묻는 것은 여성이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허용하지 않는 것을 묻는 것과 같다. 여성이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을 남성으로 바꾼다는 발상이 말이 안 되는 것과 같이 허무맹랑한 질문이다.’ 질문 자체가 난센스다. 이처럼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 차별이 가득하다.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흑인, 여성, 이주노동자 등 다른 혐오와 달리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된다.

신간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총망라한 책이다. 교육학, 법학, 보건학, 사회복지학, 신학 등 한국성소수자연구회 소속 각 분야 전문가 19명이 참여해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차별과 혐오를 불식하기 위한 정보를 담고 있다. 지난 2016년 발표한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에 이어 한국성소수자연구회가 내놓은 두 번째 책이다.

10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인터넷상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부정확한 정보가 널려 있는데 반해 성소수자 관련 전문서적은 전무한 상태”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학술정보를 한 권에 다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외국 서적이나 학술서를 보기에는 어려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학술적이지만 대중적인 책을 지향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책은 혐오세력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혐오문제를 지적하고 허위선동의 논리적 오류와 문제점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책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다룬 최훈 강원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성소수자에 대해 예전에는 단순히 그냥 싫었다면 요즘에는 나름의 논리를 개발해 혐오한다”며 “성소수자들이 혐오자들을 대응할 때도 논리가 필요하다. 책에는 혐오세력이 갖고 있는 잘못된 지식을 깨치는 팩트체크 측면과 혐오세력의 팩트가 맞더라도 논리가 잘못된 부분을 깨우치는 논리체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이분법, 불가능한 상상’에서는 성소수자들이 겪어야 할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변호사는 “오늘은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이 채택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라며 “기념일이 제정된 지 7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는 왜곡된 사실이 퍼져 있을 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차별금지법 등 관련 법들이 제정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 책을 통해서 국제기준에 따르지 못하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국내의 현실이 조금이라도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공할 수 없는 그들만의 마녀재판’에서는 성소수자 혐오진영의 첨단에 있는 그리스도교의 모순과 폭력성을 고발한다. 자캐오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관할 사제는 “오늘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선동은 500여년 전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며 “극우 보수주의적인 개신교와 가톨릭의 혐오와 차별은 무지와 편견에서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회에서 목사들이 신자들에게 혐오와 차별을 가르친다면 질문을 통해 잘못을 일깨워야해야 한다”고 전했다.

2016년 출범한 한국성소수자연구회는 이 책 출간을 계기로 한국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성소수자 관련 젊은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성소수자와 관련된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주도하려고 한다. 내년 1월께에는 공식적으로 학회출범을 알리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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