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극장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올해 천만을 돌파한 영화 5편 중 1월에 개봉한 ‘극한 직업’을 제외한 4편이 모두 비수기에 개봉됐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4월, ‘알라딘’과 ‘기생충’이 5월, ‘겨울왕국2’는 11월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11월 비수기 개봉작 가운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014년 개봉한 ‘인터스텔라’가 유일했다. 이들 덕에 영화계에서 흔히 ‘보릿고개’라 불리던 6월과 11월 관람객은 전년비 각각 51%, 8%씩 성장하며 비수기의 개념을 뒤흔들었다.
반면 ‘나랏말싸미’부터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타짜 : 원아이드잭’ 등 관객몰이가 한창이어야 할 7~8월 여름 방학과 9월 추석에 맞춰 개봉한 작품들의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지난 8월 전국 관람객 수는 전년비 82% 수준인 약 2,500만 명에 그쳐 8월 기준으로는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기간 일 평균 관람객 역시 128만 명에 머물러 전년대비 3% 이상 감소했다. 성수기 참패로 올해 누적 관객 수 2억4,000만명 돌파의 기대감은 퇴색했지만, 겨울 성수기를 앞당긴 ‘겨울왕국2’ 돌풍에 더해 연말 한국 영화 대작들을 비롯해 ‘캣츠’ ‘쥬만지 : 넥스트레벨’ 등 기대작들의 흥행이 순항할 경우 2013년 연간 관람객 첫 2억 명 돌파 이후 깨지지 않았던 2억2,000만명을 벽을 넘어서며 대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관객층에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우선 사회 전반의 키워드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가 영화시장에서도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가성비와 입소문에 민감한 20대가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관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20대 잡기’가 극장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CJ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 한해는 매주 평균 10편 안팎의 개봉작이 등장하고 개봉 첫 주말의 누적 관람객 비중이 58%까지 치솟는 등 영화 시장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한 해였는데,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것이 바로 20대 관객들이다. CGV의 한 관계자는 “20대는 콘텐츠를 빠르게 수용해서 또래 집단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이슈를 재생산해내는 관객층”이라며 “영화 ‘알라딘’의 경우 20대 관객 중심의 입소문이 흥행 동력이 된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알라딘’은 개봉 첫날 관람객이 7만3,000명에 그쳤지만, 20대의 입소문이 전 연령대로 확산하고 N차 관람으로 이어져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실제 ‘2019년 CGV 영화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2024 세대’는 개봉 당일 또는 개봉 직후 관람 비중이 34.8%를 차지하고, ‘2529세대’는 영화 관람 후 관람평을 남기는 비중이 22%에 달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극장가에서 막강한 입김을 과시하는 또 하나의 관객층은 아이들이다. 어린 자녀와 30~40대 부모의 가족 관람이 적지 않은 가운데, 자녀들이 관람 영화 결정권을 쥐고 영화 소비의 주최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CGV리서치센터는 아이들 동반한 3549세대를 ‘키즈패밀리’로 규정하고, 미래의 영화시장을 이끌어 갈 어린 관객들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CGV 리서치센터 오영준 부장은 “지난 3년간 500만 이상 관객 영화를 보면 부모를 동반해 영화를 관람하는 키즈패밀리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아이의 영화관 경험은 미래 영화 시장을 위해 필수적인 만큼 키즈패밀리, 특히 어린이 관객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