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실적악화에...손보사 1위마저 평가등급 강등

[악화일로 보험산업]<3>우등생 삼성화재의 첫 B등급

손해율 상승 여파 순이익 뚝

실적 만회위해 보험료 내리고

설계사 시책비 대폭 늘릴 땐

인보험 유치경쟁 과열 악순환




매년 1조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삼성 금융계열사의 우등생으로 꼽히던 삼성화재가 계열사 평가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평가등급 ‘B’를 받았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 영업이익 부진 외에도 과도한 신계약 경쟁에 따른 판매비 증가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원인으로 꼽힌다.

1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 계열사 평가에서 금융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화재에 ‘B’등급이 예고됐다. 계열사 평가등급은 매년 1월과 7월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의 기준이 된다. 계열사별 목표달성 비율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데 A등급은 기본급의 100%, B등급은 50%, C등급은 25%를 받고 D등급은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평가등급이 알려지면서 삼성화재 임직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올 들어 순이익이 35%가량 급감하는 등의 실적 부진은 조직 역량의 문제가 아닌 업황 악화나 규제에 따른 것인 만큼 평가에 이 같은 외부요인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일부 손보사들이 보유채권을 3,000억원 이상 팔아 치우며 수익을 끌어올린 것과 달리 삼성화재는 장기이익체력을 훼손하는 채권 매각 대신 손해율 관리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장기위험손해율도 82.6%로 대형사 중 가장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속사정과 달리 손보 업계에서는 삼성화재의 평가등급 강등이 가뜩이나 출혈 양상으로 치닫는 신계약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보 업계의 독보적 1위인 삼성화재가 시책 확대와 보험료 인하, 언더라이팅 완화로 설욕에 나설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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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5위사인 메리츠화재(지난해 원수보험료 기준 점유율 9.2%)의 장기 인보험 유치전으로 손보 업계는 판매계약당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시책을 높이며 경쟁이 과열됐다. 문제는 메리츠화재가 장기 인보험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보험부채 기준으로 덩치 차이만 3배 이상 나는 1위 삼성화재(점유율 22.7%)의 지위를 넘보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2년간 메리츠의 공격적인 영업행태를 관망하던 삼성화재가 올 들어 반격에 나선 것이다. 5월에는 삼성화재가 30만원 이상의 장기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을 유치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에게 보험료의 1,300%에 달하는 400만원 상당의 안마의자를 현물 시책비로 지급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후 당국이 GA에 과도한 시책비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자 시책비 경쟁은 잦아들었지만 삼성화재는 10월 장기 인보험료를 대폭 인하하며 또 한 차례 반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삼성화재의 공격적인 영업 전환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81.7%였던 전속 설계사 비중은 올 상반기 79.2%로 떨어진 반면 GA 설계사 비중은 같은 기간 13.9%에서 16.3%로, 3·4분기에는 22%까지 치솟았다. GA 채널 판매실적으로는 독보적 1위인 메리츠화재의 GA 채널 비중이 6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삼성화재가 GA 비중을 빠르게 높여갈 것으로 본다. 시책을 통해 신계약을 탄력적으로 늘리는 데 GA가 효과적인 채널이라는 점은 이미 판명 났기 때문이다.

GA 비중을 늘리며 삼성화재는 역대급 인보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3·4분기 보장성 인보험 매출은 4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8.7% 늘었고 동시에 사업비도 9,610억원으로 치솟으며 1년 만에 10%나 늘었다.

이와 관련해 손보 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신계약 경쟁에 불을 붙이면 시장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1년 앞으로 다가온 설계사 지급수당을 제한하는 수수료 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내년 한 해 마지막 인센티브 잔치가 예상되는데 1위사로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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