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총선을 앞두고 영국 정가에서는 야당인 노동당의 참패를 예상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치평론가들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의 무능을 꼬집으며 조롱거리로 삼았을 정도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집권 보수당의 참패로 끝났다. 언론들은 양당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 요인으로 젊은 층의 반란표를 꼽으며 ‘유스퀘이크(Youthquake)’가 영국 정가를 강타했다고 전했다. 청년들의 분노한 표심이 집권 보수당에 경고음을 보냈다는 것이다.
유스퀘이크는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로 1965년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영국의 새로운 청년 문화를 묘사하며 처음 사용한 말이다. 당시 비틀스가 데뷔하고 미니스커트도 유행하면서 젊은이들이 문화 변화를 주도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옥스퍼드 사전이 2017년 유스퀘이크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고 지금은 젊은 세대가 정치적 변혁을 이끈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낡은 기득권 세력에 저항한 젊은이들이 정치권의 지각 변동과 개혁을 주도한다는 말이다.
2017년 뉴질랜드에서는 37세의 저신다 아던이 총리에 올라 특유의 공감능력과 지도력을 발휘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는 3월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테러가 발생하자 히잡을 쓰고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며 “무슬림 이민자가 곧 우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의 포용적 리더십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저신다 마니아’ 열풍을 몰고 올 정도였다.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전 총리는 31세에 총리를 맡아 과감한 정치 혁신을 이끌어냈고 요즘 연금개혁으로 프랑스를 뒤흔들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취임 당시 39세였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의 멤버에 30대 여성들이 대거 포진됐다는 소식이다. 34세의 세계 최연소 총리를 비롯해 카트리 쿨무니 재무장관(32), 마리아 오히살로 내무장관(34), 리 안데르손 교육장관(32) 등 밀레니얼 세대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소통과 대화를 중시하는 젊은 지도자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는 차기 국무총리 후보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국민이 원하는 감동도 신선함도 없다. 우리 정치에는 언제나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어올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