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미코) 출신이 창업하니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많이들 봐주시는데 처음에는 부담스럽다가 이제는 무덤덤합니다. 미스코리아 출신이 창업에 유리하다거나 불리하다거나 하는 시각은 모두 편견에 불과합니다. 미스코리아도 창업에 도전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맹서현(37·사진) 커뮤니케이션앤컬쳐 대표는 늘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사업이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미스코리아 출신이기 때문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없지 않다. 맹 대표는 11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후광으로 사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는 사양한다”며 미스코리아 출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선입관을 깨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맹 대표는 화장기없는 얼굴로 청바지·면티·레깅스 차림으로 출근할 정도로 수수한 느낌이다. 그는 “옷을 잘 차려입고 출근하는 건 1년에 2~3번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라며 “(매일) 옷을 고르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일하기 편한 옷을 빨리 입고 출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맹 대표가 매일 청바지에 면티 등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자 직원들은 “오늘도 스티브잡스룩이냐”며 농담할 정도라고 한다.
맹 대표는 지난 2015년 지금의 커뮤니케이션앤컬쳐를 설립했다. 여성의 의식주 가운데 ‘의’와 ‘식’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제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창업했는데, 예상외로 대박을 쳤다. 40여명의 직원이 힘을 합쳐 스타킹·언더웨어·홈웨어를 다루는 ‘슬림9’, 생활용품인 ‘라이프굿즈’, 간편식인 ‘하루끼니’ 등 6개월마다 새 브랜드를 내놓았는데 모두 성공한 것이다. 슬림9의 스타킹 제품은 생활용품 판매업체 올리브영에서 판매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 예상 매출은 300억원이다. 맹 대표는 “내년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라며 자신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맹 대표가 미스코리아 출신 후광을 등에 업고 어느 날 뚝딱 창업해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08년, 그의 나이 26세 때 이미 창업을 한 경험이 있다.
맹 대표는 전국 숙박시설을 제휴해 기업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림웰페어의 경영을 4년간 도우면서 창업 감각을 익혀왔다. 당시 자신감을 얻은 맹 대표는 리조트 운영과 국제행사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 외연을 넓혔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맹 대표는 첫 창업 때를 떠올리며 “내 자신이 얼마나 능력이 부족했는지 깨닫고 창업 기본기부터 다시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CEO가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준비됐다는 마음이 들자 맹 대표는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2014년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마케팅을 지원하는 빅뱅컴퍼니를 만들었다. 지금은 생활 깊숙이 파고든 유튜브 마케팅인데, 맹 대표는 남들보다 훨씬 빨리 ‘사업 냄새’를 맡고 창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빨랐던 것일까. 지금과 달리 유튜브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지 않아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 창업하다 보니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맹 대표는 “전 세계의 유튜버를 연결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지만, 시장 여건이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업을) 접어야 했다”며 “지금은 다시 한다면 성공할 자신이 있지만 당시에는 너무 앞서 갔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맹 대표는 당시를 “잘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도 국제 미인대회에 두 번씩 참가할 정도로 모든 일에 욕심을 냈다. 경영하면서 한국벤처기업협회 이사직도 맡았다.
커뮤니케이션앤컬쳐를 창업하고서 맹 대표는 좀 달라졌다. 패기만 앞서 이것저것 사업을 펼치던 생각도 사라졌다. 그는 “이전 창업 때는 ‘뭘 해보겠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커뮤니케이션앤컬쳐를 창업할 때는 ‘이제는 뭔가 (창업에 대한) 감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촉’이 왔다”며 웃었다.
그의 생활은 180도 변했다. 많은 일을 한꺼번에 벌였던 그였지만 ‘한놈만 패자’는 심정으로 한 가지만 집중하게 됐다. 하루에 5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 매일 오전5시30분쯤 일어나 운동을 한 뒤 9시 전에는 회사에 도착한다. 퇴근하는 시간도 오후 9시에 맞춰졌다. 로봇처럼 정해진 스케줄대로만 움직인다. 최근 들어서는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 일도 잦아졌다.
커뮤니케이션앤컬쳐가 기획해서 제품을 내놓는 시간은 2주에서 한 달이다. 주기는 짧지만, 직원들과 토론은 그만큼 더 치열하다. 30대 여성이 주축이 된 40여명의 직원은 매월 1만여개의 소비자 평가를 기초로 제품마다 100~200번 개선을 거친다. ‘가장 날카로운 평가’를 하는 소비자는 맹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이다. 회사에는 소위 ‘넘버 2’나 ‘넘버 3’가 없다. 반대로 말하면, 모두 넘버 2인 것이다. 인턴 직원도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입사 3년 차가 팀장에 오른다. 맹 대표는 “현재 회사에서 운영되는 10개 테스크포스는 상품 기획뿐만 아니라 제품·회사에 대한 의견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다”며 “어제도 연말에 출시할 제품을 두고 한 팀장과 계속 논쟁을 했는데 이 과정이 없다면, 우리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맹 대표가 ‘책상 CEO’를 벗어날 때는 협력사를 만날 때다. 최근 제품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온라인에 퍼지고 소비자의 요구도 갈수록 다양해지다 보니, 작은 회사일수록 품질관리가 명운을 가르는 일이 많다. 제조업 기반 스타트업 창업자는 협력사 구하는 게 버겁다는 호소가 많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장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고집에 가까운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맹 대표처럼 젊은 여성 CEO가 제품을 매주 발주하면서 계속 의견을 내는 상황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장도 있을 수 있다. 맹 대표는 “사장님들과 기싸움은 없다”며 “사장님과 직원을 장인으로 여기고 그들의 경험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맹 대표는 “프로페셔널한 사장과 일한다는 원칙은 있다”며 “우리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설픈 관계를 시작하지도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맹 대표는 2015년 개봉된 영화 ‘인턴’의 여주인공과 여러 면이 닮았다. 이 영화는 창업 1년 반 만에 성공을 이룬 미모의 30대 여성 CEO가 주인공이다. 그는 열정적으로 일했지만, 남편의 외도를 겪으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점에서 고민했다. 그의 인생은 70세 인턴으로부터 경영과 삶의 가치를 배우면서 바뀐다. 맹 대표는 “영화 인턴을 좋아하는데, 우연의 일치로 50대 중반의 교수님과 은퇴 경영인을 멘토로 둔 것도 비슷하다”며 “전 미혼이란 점이 유일한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맹 대표는 해피엔딩으로 끝난 인턴과 달리 현실에서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질문에 “결혼이 제 인생의 목표”라고 당당하게 받아쳤다. 맹 대표는 커뮤니케이션앤컬쳐를 피앤지처럼 여성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사진을 휴대폰 바탕화면에 넣을 만큼 성공한 CEO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감추지 않았다. 맹 대표에게 결혼은 이미 잘 짜인 스케줄로 보였다. 그는 “아이를 3명 낳아서 아이들에게도 ‘이 제품 중에서 불량품 맞혀볼래’ 하면서 함께 노는 상상을 해본다”며 “결혼을 하면, 오후7시에는 퇴근해서 남편과 시장조사를 하고 저녁을 먹는 일상으로 바뀌는 것 정도가 제 삶의 변화”라고 말했다.
사진 =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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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서울 △2007년 미스코리아 대회 본선 △2008년 드림웰페어 이사 △2010년 미스 7 인터콘티넨털대회 한국 대표 △2011년 한국여성벤처협회 이사 △2012년 미스 프린세스 오브 더 글로벌대회 한국 대표 △2014년 미스 유니버설 피스 앤 휴머니티 패전트 한국 대표, 빅뱅컴퍼니 대표 △2015년 프리덤 오브 더 글로벌 한국 대표,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2015년~ 커뮤니케이션앤컬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