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은행이 피해기업에 손실액의 최대 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피해기업은 2008년 사태 발생 후 11년 만에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감원은 “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원글로벌미디어·남화통상 등 4개 피해기업이 신한·우리·KEB하나·KDB산업·씨티·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분쟁조정에 대해 15~41%, 평균 23%의 배상비율을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102억원의 손실을 본 원글로벌이 41%로 최대 배상비율을 받았고 32억원 손실의 남화통상이 20%, 435억원과 921억원의 손해를 기록한 재영솔루텍과 일성하이스코가 각각 15%로 책정됐다. 은행별로 배상해야 할 돈은 신한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 42억·KDB산업은행 28억·KEB하나와 대구가 각각 18억·씨티은행이 6억원 순으로 총 255억원이었다.
금감원은 기존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 사례에서 기본 배상비율을 30%로 정한 점을 고려해 이번에도 30%를 뼈대로 잡았다. 여기에 은행이 기업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외환 유입규모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경우나 계약기간을 과도하게 장기로 설정해 리스크를 높인 사례를 가중 사유로 봤다. 반면 피해기업의 규모가 크거나 파생상품 거래 경험이 많은 경우, 장기간 수출업무를 해 환율 변동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는 경감 이유로 봤다.
키코는 이미 2013년 대법원에서 “사기 상품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낸 사안이다. 과거 대법원에서 판결까지 난 사안을 왜 들여다보느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금감원은 “이번 분조위에서는 대법원에서 결정한 상품의 사기성 여부 등은 심의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 책임에 대해서만 봤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은행과 피해기업은 20일간 이번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기간 내 조정안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발휘해 조정이 성립된다. 당사자 요청 시 20일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과거 최장 연장 기록은 60일이었다. 다만 분조위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 쪽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금감원은 과거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이번에 분쟁조정을 신청하지도 않은 기업 중 추가로 배상을 받을 기업 범위도 은행과 협의해 정할 방침이다. 약 150개 기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은행과 이들 기업이 자율조정에 돌입한다. 금감원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배상액은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번 결정에 키코 피해 기업은 수용 입장을 밝혔다. 키코 피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성명에서 “10년을 끌던 키코가 드디어 피해 배상이 이뤄졌다”며 “아쉽지만 금융당국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은행들은 책임회피를 멈추고 추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