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시한 ‘연말’을 앞두고 13일 밤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 시험을 또 다시 단행했다. 지난 7일 같은 장소에서 ‘중대 시험’을 했다고 밝힌 지 6일 만의 추가 발표다. 이번에도 ‘중대 시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동창리 발사장’으로 불리는 시험 장소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체나 ICBM 개발 등과 관련 된 핵심 장소인 만큼 이와 연관성이 높은 시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北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강화에 적용”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2019년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되었다”며 “우리 국방과학자들은 현지에서 당중앙의 뜨거운 축하를 전달받는 크나큰 영광을 지녔다”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최근에 우리가 연이어 이룩하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성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믿음직한 전략적핵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북한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중대 시험은 지난 7일 이후 일주일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에도 국방과학원 대변인 담화를 통해 “2019년 12월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북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자 곧바로 미국을 비난하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연말 앞두고 거세지는 北의 공세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향후 수주 내에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해왔으며 심각한 도발 재개를 암시하는 발표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실질적으로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 발사체나 핵무기로 미 대륙을 공격하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연이은 발사체 및 미사일 발사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이 적대와 위협을 멀리하고 대신 우리 모두와 관여하기 위한 대담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래프트 대사는 현장 취재진에도 “북한이 도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북한은 안보리 회의 이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안보리 회의를 ‘적대적 도발 행위’로 규정하면서 “미국은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담화는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혀 그간 강조해온 ‘새로운 길’이 강경 노선일 것임을 암시했다.
비건, 15일 방한…美국무부 “대북문제 긴밀조율”
북한의 ‘중대 시험’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오는 15일 한국을 방문하는 데 앞서 단행했다는 데서도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15~19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카운터파트들과 만나 북한에 관한 긴밀한 조율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방한 기간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하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 뒤 약식 회견을 통해 입장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건 대표는 이번 방한 일정 중 판문점 등지에서 북한과 막판 접촉에 나설 지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어 비건 대표가 방한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