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딜에 정통한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15일 “양측 거래가 사실상 무산됐고 철회 공시가 임박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웅진코웨이 인수 후보로 꼽히지 않았던 넷마블은 지난 10월 본입찰에 깜짝 등장해 1조8,500억원의 가격을 써내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보유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8,764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아 투자 여력이 충분한데다 게임산업의 성장성이 꺾이면서 현금 흐름이 나오는 기업을 찾고 있었다는 점 등이 인수 추진의 배경으로 꼽혔다. 넷마블 측은 우협 선정 이후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독경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이 넘도록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넷마블이 제대로 된 실사조차 거치지 않고 입찰에 참여하면서 회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고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CS닥터(설치·수리기사)’ 문제도 변수로 떠올랐다.
IB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을 깎겠다는 넷마블과 1조8,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최소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는 웅진 측이 충돌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넷마블이 거래 무산과 같은 역(逆) 정보를 시장을 통해 흘리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공개적으로 인수를 선언하고 게임과 렌탈이라는 이종(異種) 산업의 융합 비전까지 제시한 마당에 체면을 구겨가며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넷마블 관계자도 “인수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협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웅진그룹 지주사인 ㈜웅진의 입장이 다급해진다는 점이다. 웅진은 당장 오는 20일부터 5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 만기일을 맞게 된다. 이어 내년 2월에도 740억원 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현재 웅진의 신용등급은 ‘BBB-’로 투기등급 수준이다. 정상적 사채 발행이 불가능하다. 지난 8월에도 사채 상환을 위해 제2금융권인 OK캐피탈로부터 연 6.5%대 고금리를 지급해 가며 1,050억원 규모 차입금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 기반 중소기업인 에이스디엔씨와 에이스유니폼이 웅진의 지분을 8.9%까지 늘리면서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웅진을 또 다시 경영위기로 밀어 넣은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도 다시 한 번 거론된다. 한국증권은 코웨이 인수 주체였던 웅진씽크빅에 1조1,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제공하고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도 인수해 가면서 거래구조를 직접 짜 코웨이 재인수를 도왔다. 하지만 웅진의 코웨이 인수는 “계약서에 사인을 마친 바로 그날부터 재매각이 추진됐다”는 후일담이 나올 정도로 국내 증권사 기업금융사(史)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거래 실패 사례다. 웅진이 협상 대상자로 넷마블을 데리고 오는 과정에서도 한국증권이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했으면서 수수료만 챙기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일범·김민석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