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정당거래

성행경 사회부 차장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 영화 ‘부당거래’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검사가 경찰로부터 수사 보충자료가 넘어왔는지를 묻자 수사관이 머뭇거리며 경찰 측에서 내사 중인 사안에 대한 자료제출을 불쾌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전한다. “불쾌해할 것이 뭐가 있느냐”는 검사의 다그침에 수사관은 “관계라는 게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검사는 “대한민국 일개 검사가 경찰을 아주 불쾌하게 할 뻔했다”면서 “경찰한테 허락받고 일하라”고 호통친다.


스폰서를 둔 검사와 경찰, 가짜 범인을 내세워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찰, 자신의 스폰서를 구속시킨 경찰의 뒤를 캐는 검사. 영화의 다양한 설정 중에서도 특히 검사와 경찰관의 관계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은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이 영화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검찰과 경찰은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그려진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경찰은 구속·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거나 사건을 자체적으로 종결할 권한이 없다. 검찰이 수사·기소·영장청구 권한을 독점하면서 지금까지 경찰은 사실상 검찰의 수족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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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올라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다. 자신들의 권한이 줄어드는 만큼 검찰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조정안에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견제장치도 마련돼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해당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을 경우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이 위법·부당하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경우 이유를 명시해 재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기득권을 일정 부분 내려놓고 권한을 나눠야 하는 검찰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경찰도 조정안이 100%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검찰도, 경찰도 완전무결한 조직이 아니다. 검찰이 제때 수사를 하지 않아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하지 못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과 강남 버닝썬 클럽 폭행사건으로 드러난 경찰의 유흥업소 유착 및 부실수사 논란은 양대 수사기관이 환골탈태해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수십년에 걸쳐 고착화된 구조를 허물고 여태껏 가보지 못한 길을 가기 위해 검경이 ‘부당거래’가 아닌 ‘정당거래’를 했으면 한다. 검경이 서로에 대해 ‘적의’를 드러내기보다는 ‘호의’를 갖고 협력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한다. 수사권 조정은 당초 권력기관 개혁 차원에서 출발했지만 궁극적 목표는 검경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 돼야 한다. /saint@sedaily.com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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