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농산물 대량 구매와 미국의 대중 관세 문제 등으로 이견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최종 합의는 향후 서명절차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2·3·21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이 향후 2년에 걸쳐 320억달러(약 37조5,04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무역전쟁 직전인 2017년 중국은 24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였다. 여기에 160억달러를 더해 1년에 400억달러, 2년간 총 800억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500억달러가 목표로, 제조업과 에너지·서비스를 모두 더하면 최소 2,000억달러로 구매액이 증가한다. USTR은 또 중국이 지식재산권과 기술이전 강요, 금융서비스, 환율 등에서 구조적인 개혁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한다. 15%가 적용되던 1,2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 관세는 7.5%로 낮춰준다. 15일 부과될 예정이던 1,56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는 유예한다. 앞서 중국 정부도 “쌍방이 1차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명 전부터 양측 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당장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시점으로 내년 1월 첫째 주가 유력하지만 중국은 추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세철폐를 두고도 온도차가 있다. 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가중 관세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미국은 고율 관세 등의 철폐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중국도 구체적인 농산물 구매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보조금 같은 민감한 이슈가 걸린 2단계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단계 합의가 곧바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1단계 합의실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자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 문제도 거론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농산물 추가 구매 수치를 확인하기를 꺼려 해 합의가 가능한지 의구심이 팽배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의 왕쥔 부주임도 “1단계 합의는 일시적 화해로, 완전한 휴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