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켓

관세합의부터 '온도차'...美 "2단계 협상 지렛대" 中 "단계 취소"

[전환점 맞은 미중 무역전쟁]

<중>뇌관 가득한 G2 무역협상…최종 합의까진 첩첩산중

中 '미국산 농산물 구매' 구체 규모·시기 '침묵'

양국 기술이전·환율문제 등 포함됐다면서 미공개

불공정 관행도 이견...합의문 입맛대로 각색 가능성



미국과 중국이 우여곡절 속에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지만 발표 형식부터 내용, 향후 전망에 이르기까지 ‘지뢰’가 수두룩하다. 양측이 달리 해석될 수도 있는 합의안을 각각 공개하면서 최종 타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년에 가까운 무역전쟁 대치 끝에 첫 합의에 도달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새로운 논란거리를 더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및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중 양국이 내놓은 ‘1단계 합의안’ 발표 형식부터 논란을 야기했다. 합의안 공식 발표는 중국이 빨랐다. 지난 13일 새벽부터 미국 언론들에서 1단계 합의 타결 속보가 쏟아졌지만 침묵을 지키던 중국 당국이 하루 가까이 지난 현지시각 13일 오후11시(한국시각 14일 0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단계 무역협상에 관한 성명’을 통해 합의문 내용을 공개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 측 발표 이후에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1단계 무역합의 사실을 공식화했으며 그동안 중국과의 협상을 주도해온 미 무역대표부(USTR)도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형식으로 이를 확인했다. 이는 양측 조율을 거쳐 공동의 합의문을 발표하는 통상의 협상 절차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양국이 합의문을 자신의 입맛대로 각색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합의안의 큰 골격은 중국의 경우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대중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중국의 구매 계획이 세부적으로 발표되지 않은데다 관세 축소 폭과 규모를 두고 미중 간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면서 이견이 노출됐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1단계 합의를 통해 구매하기로 한 미국 농산물에 대해서 기자들에게 “농업 부문에서는 500억달러가 될 것으로 본다. 또 제조 부문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이 향후 2년에 걸쳐 32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2017년 중국은 2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농산물을 구매했는데 연간 160억달러씩 농산물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간 기준으로 약 400억달러 규모가 되고 여기에 더해 중국은 연간 약 50억달러를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전했다.


반면 한쥔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이 합의가 실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농산물 수입을 큰 폭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정확한 규모나 시기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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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핵심쟁점인 미국의 대중관세 인하에 대해서도 온도 차가 드러났다. 미국은 15일 예정됐던 1,560억달러 규모의 15% 신규 관세부과는 취소하고 기존 1,200억달러어치에 부과하던 관세 15%를 7.5%로 낮추기로 한 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관세는 2단계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중 가중 관세를 취소함으로써 가중 관세가 높은 상태에서 낮아지는 쪽으로 변하도록 하는 데 미중 양측이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또 1단계 합의에 농업 부문 외에도 지식재산권, 강제적 기술이전, 환율 등 다양한 문제가 포함됐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는 않았다. 특히 ‘1단계 무역합의’ 과정을 마무리할 합의문 서명에 대해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내년 1월 첫째주’로 시기를 못 박은 반면 중국은 “내부 법률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식 서명을 위한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만 말해 타결과정을 질질 끌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미중 무역전쟁의 근원적·구조적 원인인 중국의 불공정제도·관행 이슈에 대한 시각 차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이 가장 크게 문제 삼아 왔던 중국의 산업보조금·국영기업 등 문제를 논의할 2단계 협상 시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실시”를 공언했지만 중국 측은 “1단계 합의 이행을 지켜본 뒤 2단계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간 미식축구 정기전에서 공수 순서를 정하기 위해 동전을 던지고 있다. /필라델피아=AFP연합뉴스


협상을 주도한 미국 행정부 관료들과 중국 관영매체들은 환영 일색이었지만 미국 언론이나 중국 일부 인사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러한 내용 때문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많은 세부사항이 발표되지 않았고 많은 골치 아픈 이슈들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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