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걱정이다. 과거 외국 서적이나 답안지를 복사해 팔던 사람들, 대학생 행세하던 사람을 경찰이라며 감금하고 폭행했던 사람들, 막걸리 냄새가 진동하는 구석방에서 반대만 일삼던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만든 정책은 이념적 탁상공론이었고 이들이 만든 법안들은 경제의 숨구멍조차 막아버렸다. 한반도에서는 불상 발사체가 날아다니고 북한은 비핵화가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주장한다. 억울한 사람들을 대변할 것만 같았던 신기루는 사라지고 온갖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하나하나 세상에 알려졌다.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 선심성 예산으로 국민을 현혹해 권세를 지키려 한다.
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산안이 날치기로 통과됐다. 정상적인 협의 절차가 무시됐고 곳곳에서 부패의 냄새가 스며 나왔다. 회의장에서는 이게 뭐냐는 항의의 목소리와 아들 공천, 세습 공천 등의 외침이 들렸다. 권력 실세들이 챙긴 예산 명세서도 나왔다. 민생과는 관계없는 선심성 공약들이다. 국민의 세금을 날치기하고 국민의 미래를 도적질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 예산안은 반성이 없는 예산안이다. 정책 실패를 예산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법인세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감소시켰다. 고용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예산액을 매년 늘렸다. 1조1,994억원의 예산으로 노인 일자리를 올해보다 13만명 늘려 총 74만명을 만들겠다고 한다. 월 13만5,000원짜리 일자리로 국민을 우롱하겠다는 이야기로만 들린다. 올해와 같이 내년에도 노인 일자리와 단기 일자리만 늘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재정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증액된 예산은 경제 살리기와는 거리가 먼 곳에 쓰였다. 증액된 예산액의 25.5%는 보건복지부, 12.6%는 환경부, 그리고 10%는 국방부가 가져다 쓴다. 정부 부처 중 전년 대비 가장 높은 비율로 예산이 증액된 부처는 국가정보원(29.6%)과 통일부(30.8%)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식은 조금도 없는 듯하다.
공무원들도 자기 몫을 챙기는 모습이다. 중앙부처 공무원만 1만2,610명이 추가로 충원돼 공무원 수는 1만8,805명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임금도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2.8% 인상돼 행정 비용은 급증한다. 국민만 봉인 세상이다.
2017년 9월 이후 경기 하락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는 경제 성장동력을 찾는 데 실패했다. 구조조정에도 실패했고 혁신정책도 실패했다. 40대의 고용률은 2016년 79.3%에서 2019년 2·4분기 78.4%까지 떨어졌다. 우리 경제가 축적해온 기술과 경험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정책과 인기 영합적 재정지출로 주요 산업의 경쟁력은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올해 10월까지 누적액 기준으로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감소했다. 경기가 좋다는 미국에 대한 수출액도 전년동기 대비 2.2%만 증가했다.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의 주가지수는 2017년 대비 상승했으나 우리나라의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돈을 엉뚱한 곳에 썼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안도 경제를 살리는 데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지출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세금으로 인해 억제된 경제활동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한다. 사업의 경제성이 확보돼야 경제를 살린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지출하는데 경제성이 있을 리 없다. 재정이 낭비돼서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2020년 예산안은 향후 경제위기의 단초를 만들었다. 이제 대한민국 최초로 ‘폰지 게임’이 시작됐다. 올해 예산 증가액은 전액 빚으로 충당됐다. 향후 5년간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도 빚으로 충당하게 됐다. 의무지출 증가액은 당연히 빚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돈의 흐름은 왜곡되고 저성장은 고착된다. 인구 재앙과 함께 조만간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는 걱정도 기우가 아니다. 이번 예산안을 통과시킨 문 정부와 156명의 국회의원은 역사의 죄를 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