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자본안정성을 이유로 인터넷전문은행 진입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토스가 재수 끝에 예비인가를 받았다. 토스뱅크는 중신용 개인고객에 대한 중금리 대출, 소상공인 대출에 특화할 방침이며 오는 2021년 하반기에 출범할 계획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뱅크까지 막강한 데이터 기반 혁신상품을 들고 은행권에 진입하면서 인터넷은행이 주도하는 금융권 혁신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토스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결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5월에는 토스의 지분 중 상당 부분이 벤처캐피털이었지만 이번에 재신청하며 KEB하나은행·SC제일은행·중소기업중앙회 등 안정적인 투자자가 보강됐다”며 “지배주주 적합성, 자금조달 안정성 등에서 보완됐다”고 인가 배경을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전통 금융권의 영향력이 작은 중금리·소상공인 대출에 집중하고 해외에도 진출하는 ‘글로벌 챌린저 뱅크’를 목표로 삼았다. 은행들이 실패한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은행권의 틈새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모바일 송금 서비스 토스의 1,600만 이용자 데이터와 고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활용해 혁신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스뱅크 사업계획 간담회’에서 “기존 은행들이 실패한 중금리 대출 시장은 기술혁신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토스가 가진 포괄적인 금융 데이터로 기존 은행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토스뱅크의 혁신상품은 금융권의 혁신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제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기존 금융권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디지털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토스뱅크가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 대한 중금리대출, 사회초년생 월급 가불대출, 신용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고객의 할부 성격 토스대출, 자동저축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기존 은행권에서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경쟁적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 금융권 혁신을 촉발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토스뱅크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과 달리 ‘슬로 성장모델’을 추구할 계획이다. 빠른 성장보다는 천천히 성장해 지주사 전환 이슈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금융지주사법에는 총자산 5,000억원 이상, 금융자회사 1곳 이상, 자회사 출자지분이 총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금융지주사 전환이 명시돼 있다. 금융당국도 토스의 슬로 모델을 높게 평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처럼 빠르게 성장하겠다는 전략과는 차별화된 슬로 전략을 내세웠고 이 계획에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카카오뱅크의 성장과 비교하면 27%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토스뱅크는 2021년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KEB하나·SC제일은행 등과 손잡고 해외진출에도 나설 생각이다. 토스뱅크는 출범 2년 내 자산 성장 3조3,000억원가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흑자 전환은 출범 이후 3~6년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토스와 함께 예비인가를 신청한 소소스마트뱅크는 자본금 조달과 사업계획이 미비해 부적격 판단인 내려졌고 파밀리아스마트뱅크는 11일 자진 철회했다. /이지윤·이태규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