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 INSIDE] '눈물의 경방' 생산중단 이어 공장도 팔았다

용인공장 1,550억에 매각 계약

섬유설비 이전 베트남서 승부걸듯

국내선 타임스퀘어 운영으로 명맥





경방 용인공장 전경/네이버 지도경방 용인공장 전경/네이버 지도


100년 기업이자 국내 1호 상장사인 국내 대표 섬유 업체 경방(000050)의 탈(脫) 코리아가 본격화하고 있다. 용인과 광주공장이 생산을 중단하고 설비를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용인공장 매각도 끝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쇼핑몰 운영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경방이 공장 부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설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경방은 16일 물류 단지 및 물류센터 개발과 부동산 관련 서비스업을 하는 ㈜딩동에 용인공장 부동산을 1,550억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 보유하고 있던 3개의 공장(반월·광주·용인) 중 반월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2개의 공장을 팔았다. 용인과 광주공장은 면방 중에서 생사를 만들던 곳이었는데 두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처분하면서 국내에서는 생사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반월공장에서 가공사만 생산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방직 공장 내부 모습/연합뉴스일제강점기 당시 경성방직 공장 내부 모습/연합뉴스


경방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창업이념으로 1919년 경성방직으로 출범했다. 1956년 우리나라 증권거래소가 설립될 때 1호로 상장도 했다. 용인·반월·광주에 공장을 짓고 사세확장과 경영 다변화를 통해 1987년에는 총매출액 1,000억원 돌파, 수출 1억달러 돌파, 당기순이익 127억원 달성 등의 금자탑을 쌓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집약 산업인 섬유 산업이 인건비 등의 증가로 2000년대 들어 경쟁력이 떨어졌다. 2013년부터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해왔고 2017년 광주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했다. 올해 10월에는 용인과 광주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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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의 1970년대 생산 공장 내부 모습/경방 홈페이지경방의 1970년대 생산 공장 내부 모습/경방 홈페이지


국내에서는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봤다. 경방의 매출은 섬유사업과 백화점·호텔 등 복합 쇼핑몰 사업, 기타 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부문별 매출은 섬유사업(1,779억원)과 쇼핑몰(1,775억원)이 절반씩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익 면에서 보면 섬유사업은 매년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2016년 36억원, 2017년 57억원, 2018년 7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쇼핑몰 사업 부문이 2017년 471억원, 2018년 479억원 등 매년 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벌고 있다. 2000년대 초 영등포공장과 경방필백화점을 묶어 개발한 타임스퀘어가 경방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섬유 산업의 뿌리인 방직공장이 국내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출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경방뿐 아니라 한국경영자총협회 1호 회원사였던 전방 역시 11월1일부터 천안공장 생산을 중단했다.

경방이 영등포 공장과 경방필백화점 부지를 2000년대 개발해 조성한 영등포 타임스퀘어 모습/서울경제DB경방이 영등포 공장과 경방필백화점 부지를 2000년대 개발해 조성한 영등포 타임스퀘어 모습/서울경제DB


경방이 공장을 매각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베트남 공장에 점점 힘을 주고 있다. 11월에는 베트남 공장에 설비 매각하고 받은 채권(150억원)을 자본금으로 전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용인공장 매각을 통해 확보한 1,550억원으로 신규 사업인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 등에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직 산업을 대표하던 경방이 이제는 쇼핑몰 타임스퀘어 운영사로 바뀌는 모습”이라며 “산업 구조의 변화 영향도 있지만 100년 제조업이 국내에서 영업하기 힘든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 환경을 반영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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