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내 인생의 모든 계절




박노해

봄은 볼 게 많아서 봄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봄

여름은 열 게 많아서 여름

내 안쪽으로도 문을 여는 여름

가을은 갈 게 많아서 가을


씨앗 하나만을 품고 다 보내주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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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겨우 살아서 겨울

벌거벗은 힘으로 뿌리를 키우는 겨울

그러니 내 인생의 봄 가을이 모두 다 희망

길어진 여름 겨울도 모두 다 감사

올해도 네 개의 계절이 지나고 있군요. 볼 게 많았던 봄, 많은 것을 보았나요? 열 게 많았던 여름, 마음의 문도 활짝 열었나요? 갈 게 많았던 가을, 모두 잘 보내주었나요? 미처 보지 못한 것들, 미처 열지 못한 것들, 미처 보내지 못한 것들 아쉽거나 안타까우신가요? 겨우 살아내야 할 겨울 깊어가고 있는데 등 시리지 않으신가요? 모든 희망을 가리는 눈보라와 모든 감사를 잊게 하는 해일이 저마다 왜 없었겠어요. 모를 리 없는 시인이 네 개의 계절을 희망과 감사로 요약하네요. 살아서 아프고, 살아서 기쁘니 삶은 언제나 생명이 누리는 모든 것의 바탕이지요. 한해 수고 많으셨어요. 눈 속에 눈 뜨고 있는 겨울마늘의 새파란 눈처럼 경자년 새해 다시 만나요.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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