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야당은 “삼권분립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여당 일각에서도 한때 입법부 수장으로 의전서열 2위였던 정 의원을 행정부 ‘2인자’이자 의전서열 5위 자리에 앉히려는 문 대통령의 인선에 대해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등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 내에 이런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정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대통령의 총리 임명에 대한 인준 등은 극심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인준안이 가결될지, 부결될지를 가를 최대 변수는 ‘무기명’ 투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 후보자 앞에 놓인 첫 ‘가시밭길’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다. 국회법·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수일 내에 인사청문을 국회에 요청하면 국회는 그날로부터 20일 이내 13명의 위원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모든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문제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의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 국면에서 청문회가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열린다고 치더라도 여야의 공방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후보자가 지난 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국회의 검증대에 섰을 때도 청문회는 여야의 공방으로 파행을 빚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참히 짓밟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고 나섰다”면서 “지명을 철회하라.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성주 새보수당 대변인도 “전직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를 하겠다며 삼권분립 원칙을 파괴하는 ‘헌법 농단’을 자행했다”며 “후보 사퇴를 통해 헌법의 가치를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청문회를 넘어서더라도 정 후보자 앞에는 국회 본회의 표결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총리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와 달리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295명) 과반(148명)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현재 의석수는 민주당 130석, 한국당 108석, 바른미래당 28석, 정의당 6석, 민주평화당+대안신당 14석, 기타 무소속 9석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준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여당과 친여 성향의 정당과 무소속 의원에서 이탈표가 거의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친여 성향의 정의당 등은 민주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민주당 일부에서도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법은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표를 단속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을 하다 산업부 장관이 됐을 때도 당에서는 반대가 심했다”며 “의장을 한 사람이 다시 총리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