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마무리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연초부터 엄습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우리 모습은 그렇게 참담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주요국 주식시장이 부진함을 벗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미중 무역협상의 ‘희망고문’ 등이 동일하게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줬지만 유독 우리 주식시장만 정체됐는지를 생각하면 답답함이 커진다. 지엽적으로 영향을 미친 한일 무역충돌, 답보 상태에 머무는 한반도 문제 등은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제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투자자의 기대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에 대해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한 때다.
먼저 해가 바뀔수록 부정적 전망이 압도하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 경제가 가장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수출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 2015~2016년 국제유가가 급락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고조되자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며 한국 수출이 감소했고, 한국 주식시장은 ‘박스피’의 함정에 빠졌었다. 올해도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것의 직접적 영향이 한국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 투자자는 한국 경제에 대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우선 고려하는 투자처를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일본화’돼가고 있다는 징후다. 일본도 한때 한국처럼 대외 교역활동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다시 해외로 재투자한 것이 내수경제의 장기침체를 일으켰다. 가계의 일자리와 소득을 줄어들고,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시장경제가 가동되는데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 강도가 지나칠 경우 기업은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억압적으로 사회공헌 의무를 지우는 것보다 성장과 공헌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필요한 때다.
경제가 ‘일본화’된다면 주식시장은 ‘대만화’되지 않을까 싶다. 경제 및 산업구조가 한국과 비슷한 대만의 가권지수는 올해 20% 이상 상승했다.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8배로 한국(약 11배)보다 고평가돼 있지만, 올 한해 외국인은 대만 증시에서 약 12조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국과 대만의 주가수익률과 외국인 포지션의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현재 대만 주식시장에서 정보기술(IT)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2%로 한국(약 36%)보다 높다. 신성장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된 산업 성장을 투자자가 가장 먼저 선택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대만 IT 업종의 지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높지만, 과거 2004년에는 지금의 한국과 같이 36% 수준에 머물렀던 적도 있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위해 고르게 발전하는 균형성장도 분명 필요하지만, 우리의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핵심 역량을 보다 보완하고 강화하는 선택도 필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삼성전자 하나의 급등만으로 ‘코스피200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가 제기됐다는 것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원대한 꿈을 갖는 것이 왜 어려운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