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서장이 구속을 피했다. 함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로 돼 있던 육군 급양대장은 구속 심사 전 숨진 채 발견돼 영장이 기각됐다. 해당 사건 군납업자는 이동호(53) 전 고등군사법원장에게도 뇌물을 건넨 사람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최모(53) 전 사천경찰서장과 고(故) 문모(53) 전 육군 급양대장(예비역 중령)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최 전 서장에 대해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 소명되나 수령한 금품의 규모 및 내역, 수사진행 경과 및 전후 사정, 범죄전력,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 전 대장에 대해선 “수사기관이 제출한 변사체 발견 보고서 등에 의하면 피의자는 구속영장 청구 이후 사망했므로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서장은 2016~2017년 경남 사천의 정모(45) A수산물 가공업체 대표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1,100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어묵을 군에 납품한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진행한 수사 정보를 정 대표에게 알려준 혐의도 있다.
사천경찰서는 2016년 고소장을 접수해 A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그해 11월 내사 종결 처리됐다. 정 대표가 이 전 법원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최 전 서장이 당시 내사 종결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지난 3일 사천경찰서 지능수사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경찰과 검찰 등이 형사사건 관련 기록을 공유하는 시스템 킥스(KICS) 자료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최 전 서장은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사천경찰서장으로 재직한 뒤 울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이때 검찰과 갈등을 빚은 이른바 ‘고래고기 환부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다만 고래고기 환부 사건 수사가 2017년 9월께 시작된 만큼 최 전 서장이 수사에 관여한 기간은 두 달가량 밖에 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서장은 사천경찰서서장 시절 직원들의 승진 청탁 관련해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여 2017년 11월 사직했다. 최 전 서장의 사직으로 경찰청도 감찰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문 전 대장은 2015~2017년 정씨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군납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았다. 또 후배가 운영하는 업체가 군납수주를 할 수 있게 도운 혐의도 있었다.
하지만 문 전 대장은 영장 심사를 앞둔 이날 오전 4시께 인천 미추홀구 한 길가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문씨 가족의 신고를 받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끝에 자신의 차 안에서 숨져 있던 문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문씨에게서 외상 흔적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유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강성용 부장검사)는 앞서 지난 16일 최 전 서장과 문 전 대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