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구주 지분 51.17%를 69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신주도 인수(유상증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을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구주 매입 가격 3,2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원가량을 유상증자에 투입해 회사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한 것과 유사한 거래 구조를 짠 것이다. 구체적인 신주 인수 규모와 일정은 실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한 적정 투자 금액에 대한 분석은 다소 엇갈린다. 당장 시급한 것은 항공기 리스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8년 말 기준 22대의 항공기에 대해 5년간 2,625억원의 리스료 부담을 지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약 500억원을 리스료로 지급해야 여객기 운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 이스타항공은 당기순손실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내년부터 리스료에 대한 정상 지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하면 결손금이 커지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자본잠식에 빠진 항공사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명령 및 면허 취소 조치를 순차적으로 취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영업개선 방안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매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며 “제주항공으로서도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자금 투입을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제주항공이 이스타를 가져간 뒤 리스료를 조정하고 중복 투자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면 자금 투입 규모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자금 투입을 감내해야 할 제주항공의 체력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초로 리스 대신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는 등 비용구조를 개선해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 올해부터 리스료를 차입금으로 반영하면서 부채비율이 331%까지 올랐지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2,227억원에 달하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올 3·4분기 기준 562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곳간이 비어가고 있어 앞으로의 자본 확충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